일본-인도 '신밀월 시대' 열었다

양국 정상회담서 공조 과시
'中 견제'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원자력협정 체결 원칙적 합의
印 첫 고속철에 신칸센 방식 채택
방위장비·기술이전 협정 체결… 경제 넘어 안보까지 협력 강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2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원자력협정 체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인도의 첫 고속철 건설사업에는 일본 신칸센 방식이 공식 채택됐다. 양국은 또 일본산 방위장비 수출에 필요한 방위장비 및 기술이전 협정도 체결하는 등 경제뿐 아니라 안보 면에서도 협력을 대폭 강화했다. 중국 견제라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일본과 인도의 관계는 전에 없던 긴밀한 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12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인도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도 "강한 인도와 강한 일본의 상승효과가 지역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구자라트주지사 시절부터 아베 총리와 개인적 친분을 쌓아온 모디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가 전통적으로 고수해온 주변국과의 '등거리 외교'에서 벗어나 중국 견제, 일본 치중 노선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면에서는 우선 양국 정상이 원자력협정 체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함으로써 향후 일본이 인도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양국은 지난 5년 동안 일본의 원자로 기술 및 설비를 인도가 도입할 수 있도록 협의해왔지만 일본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비가입국인 인도에 핵실험 완전중단을 요구하며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인도가 핵실험을 할 경우 협력을 중단한다는 전제하에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NPT 비참여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것은 처음이다.

이미 신칸센 낙점이 점쳐졌던 인도의 뭄바이~아메다바드 구간에 건설될 고속철 사업도 결국 일본이 따냈다. 신문은 익명의 인도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신칸센이 중국 고속철에 비해 40%가량 높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인도와 일본 관계의 다양한 가치를 고려해 신칸센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본도 인도 고속철 사업에 상환기간 50년, 연이율 0.1%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1조5,000억엔에 육박하는 엔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10조엔 규모가 넘는 기존 철도설비 교체 수요나 원전 설립 등 인도의 인프라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의 입지가 본격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국은 또 중국의 해양진출 견제를 위해 군사·방위 분야의 협력도 대폭 강화했다. 군사장비 및 기술 이전에 관한 협정과 정보보호 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양국이 협의해온 일본 해상자위대 구난 비행정 'US-2'의 인도 수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중국군의 동향에 대한 양국 간 정보공유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과 인도 해군의 연합 해상훈련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앞으로도 계속 참가하기로 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미국과 일본·인도 간 삼각공조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3국은 지난 9월 최초로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