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가 악화일로의 우리 수출에도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유가에 가격이 연동된 석유·석유화학제품 단가가 급락하면서 올해 정유·유화업종에서 줄어든 수출액만도 1,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원 수익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제구조인 러시아와 중동 등 자원 부국으로의 수출도 동시에 줄고 있어 저유가의 그늘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평균 수출 가격은 배럴당 59.6달러로 지난해보다 46.1% 내렸다. 나프타 등 전체 석유화학제품 평균 수출 단가도 톤당 1,141달러로 26.7% 하락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석유와 유화제품 가격 하락으로 석유·석유제품 수출만 한 달에 80억달러씩 줄고 있다"며 "올해 전체로는 이 분야에서 1,000억달러가량 수출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5,746억달러)의 17.46%에 해당하는 금액이 유가 하락으로 줄어든다는 말이다.
저유가로 석유제품의 수출뿐만 아니라 산유국 수출도 줄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해 중동 산유국과 브라질·베네수엘라 등 남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 등도 저유가로 경제가 맥을 못 추면서 가뜩이나 우리 경제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는 수출에 더 힘을 빼고 있다. 러시아가 포함된 독립국가연합(CIS)의 경우 올해 수출은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반 토막(52.7%) 이상 줄었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 수출 등이 크게 줄어든 여파다. 산유국들이 포진한 중동 지역 수출도 올해 9%가량 감소했다. 쿠웨이트와 오만·바레인 등은 저유가로 올해 20년 만에 재정적자가 점쳐질 만큼 심각하다. 러시아와 중동이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각각 1.8%, 6.1%에서 0.9%, 5.8%로 하락했다. 최근 수년간 증가하던 추세가 반전된 것이다. 브라질이 포함된 중남미 수출도 지난해 -1.2%에서 -8.1%로 하락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저유가로 인한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셰일오일과 중동 산유국의 뚜렷한 감산 움직임이 없는데다 내년 경제제재가 풀리는 이란까지 원유 생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분간 자원 수출국들의 경기가 좋지 않아 저유가로 생기는 긍정적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매출 감소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