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찾아라"… 은행, 기업 여신관리에 사활

내년 구조조정 본격화 대비… 부실 조기 경보시스템 강화
우리은행 전담팀 2개 추가… 국민銀 여신관리 조직 정비
농협은 산업분석 역량 키워


은행들이 기업 여신 리스크 관리 조직 강화에 나섰다.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 조치다. 부실 기업을 조기에 찾아내지 못할 경우 은행 실적 악화로 직결되는 만큼 각 은행들은 부실징후 기업 특별관리팀을 신설하거나 산하 연구소 내에 산업분석팀을 별도로 꾸리는 등 '부실 기업 조기 경보시스템' 강화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기업금융부 내에 '부실 징후 기업 관리'를 전담하는 심사반을 2개 신설하기로 했다. 기업 여신 심사 관리 조직을 늘려 부실 대출을 미리 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부실 기업 관리 조직으로 기업금융부 산하에 이미 5개 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기에 2개 반을 추가해 7개 반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부실 기업 증가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은행권에 선제적 리스크 관리 역량 확대를 요청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내년도 기업 경영활동 전망도 예년보다 나빠 관련 조직 확대를 결정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신설되는 부실징후기업관리반은 그동안 영업점과 심사부에서 분산 처리돼온 부실 기업 관련 산업분석과 구조조정 등을 통합 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관련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고참 직원들을 부실징후기업관리반에 집중 배치해 후배 직원들에게 기업 구조조정 노하우를 전수하게 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성공적인 민영화가 중요한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부실 기업 리스크를 줄이는 게 어떤 은행보다 더 중요하다"며 "기업별 신용 리스크를 앞서 파악해 문제가 있는 기업에는 조기 경보를 발령하는 시스템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조직 개편에 앞서 국민은행도 최근 기업 여신 관리 조직을 정비했다. 내년부터 현재 여덟 곳으로 분산돼 있는 대기업 전담 점포를 4개 거점지역으로 통폐합할 계획으로 삼성타워점만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나머지 7개 점포는 여의도·명동·강남거점으로 묶어 운영한다. 동일 그룹사 지원 업무라도 계열사별로 지원 창구가 흩어져 있어 같은 그룹의 경우 계열사별로 지원 창구를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농협금융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이달 기업여신 관련 싱크탱크를 신설했다. 농협금융은 기존 금융연구센터를 박사급 인력 30여명으로 구성된 'NH금융연구소'로 격상시켜 산업분석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산업은행도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확대한다. 기업 구조조정의 최전선에 있는 산업은행은 현재 기업금융 부문의 하위 조직인 기업구조조정본부를 구조조정부문으로 독립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부문장 역시 현재 본부장보다 직급이 높은 부행장이 맡게 된다. 구조조정 관련 인력도 20% 이상 늘릴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는 내수시장 침체와 수출 감소세에 더해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경영 한계에 봉착하는 기업들이 늘어 구조조정이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부실 기업 여신 관리 관련 은행 간 실력 차도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은행들은 지난달 중소기업에 이어 현재 대기업 330곳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진행 중이다. 예년보다 엄격하게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이 40%나 급증했던 만큼 대기업 부문에서도 이 같은 증가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보리기자 bor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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