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의 테러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고 원인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사고기 블랙박스 분석과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교신내용 등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만일 사고 원인이 IS의 테러라면 이번 사건은 IS가 일으킨 최초의 여객기 테러 사건이 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물론 미국과 네덜란드 등 각국은 IS의 추가 항공기 테러에 대비해 보안강화·여행금지 등의 대책마련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사고기의 블랙박스 분석 결과 여객기는 정상 상태를 유지하다 이륙 24분 만에 갑자기 폭발음으로 추정되는 소음과 함께 비행기록이 끊기면서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유럽 조사관은 "블랙박스 분석 결과 비행 도중 폭발하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며 "사고 여객기가 이륙 후 24분까지는 괜찮았으나 갑자기 정적이 흐르고 조종사들 간 대화가 들리지 않은 점을 미뤄 전문가들은 폭탄이 기내에 설치됐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의 정보당국도 IS가 이번 테러를 모의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NBC 등이 지난 6일 보도했다. 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 여객기 추락을 과시하는 내용의 IS 내부 교신을 포착했다"며 "시나이반도에 근거지를 둔 IS 이집트 지부와 시리아 락까의 IS 지도부가 여객기 추락을 축하했고 구체적인 테러 방법에 대해서도 교신했다"고 전했다. BBC도 "영국 정보당국이 IS 지부 사이에 오간 교신을 도청했다"며 "영국 정보당국은 러시아 여객기를 추락시킨 원인을 폭탄 테러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와 이집트는 테러는 성급한 결론이라며 반박했다. 러시아 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블랙박스에 정체가 불분명한 소리가 포착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폭발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내 폭발 결론은 성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만 알무카담 이집트 사고조사위원장도 "항공 전문가들이 소음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집트 당국은 아직 사고 원인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며 여객기의 리튬 배터리가 폭발했을 수도 있어 기계 결함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IS의 테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각국도 자국민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러시아는 6일 자국 항공사들의 이집트 운항을 전면 중단시킨 데 이어 7일부터는 여객기를 보내 이집트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인들을 본국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오는 여객기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네덜란드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오는 여행객들이 기내 소지 외에 짐을 부치는 것을 금지했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