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미술 최고 대표작은 김환기 '어디서…'

한국예술연구소 전문가 설문… 이중섭 '흰 소' 이쾌대 '군상' 등 공동 2위 꼽혀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130+89 캔버스 유채 1962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이중섭 흰소1 30+41.7 합판 유채 1954하 -홍대박물관
이중섭 '흰 소'
신학철, 한극 근대사-종합, 1982-1983
신학철 '한국 근대사-종합'
이쾌대, 군상 1-해방고지, 1948
이쾌대 '군상'

"김환기 작품 세계 중 서정적 추상에서 무수한 점의 병렬로 '전환'되는 대표작이며 뉴욕에 거주하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점'으로 표현한 것"(국민대 미술학부 최태만 교수)

"서구 미술 도구와 재료를 자기화하여 서양과 동양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방법만으로도 '인류사의 기념비'라고 할 만한 작품"(미술평론가 최열)

피카소와 반 고흐의 명화만 기억할 게 아니라 이제는 김환기(1913~1974)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정도는 외워야 할 듯하다.



20세기 한국미술의 고전이 될 작품으로 미술 전문가들이 김환기의 1970년작 '어디서…'를 첫 손에 꼽았다. 시인 김광섭의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을 제목으로 인용한 이 대작은 1970년 한국일보가 주최한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한국 단색화를 탄생시킨 선구자로 평가되는 김환기는 이후 이 같은 '푸른 점화'에 몰입했고 1974년작 '19-Ⅶ-71 #209'는 지난달 5일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약 47억원(3,100만 홍콩달러)에 낙찰돼 국내 작가의 경매 최고가 기록을 8년 만에 경신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김봉렬)의 한국예술연구소가 예술 각 분야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20세기 한국을 대표할 예술작품'을 설문조사 한 결과 미술분야에서는 김환기의 '어디서…'가 1위에 뽑혔다.

"조선의 서예 필획과 서구 근대의 표현주의가 작은 화폭에서 감동의 서정시를 그려내고 있다"(최열)고 평가받은 이중섭(1916~1956)의 1954년작 '흰 소'가 2위에 올랐다. 해방 전후 격정의 시기를 담은 월북화가 이쾌대(1913~1965)의 1948년작 '군상', 20세기 중반 여성의 삶을 거울처럼 투영한 박수근의 1962년작 '나무와 두 여인'을 비롯해 "한국 근대화의 여정을 역동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서사적 숭고함을 느끼게"(한예종 조인수 교수)하는 신학철(71)의 작품 '한국 근대사-종합'이 공동 2위로 꼽혔다. 세계적 거장으로 활약 중인 이우환(79)이 1971년 파리비엔날레에 출품한 '관계항'도 20세기 한국미술을 대표할 작품으로 선정됐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가'로 불리는 백남준은 하나의 대표작으로 의견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존재 자체가 20세기 한국미술을 대표한다"고 평가됐다. 이번 설문에는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1실장, 김백균 중앙대 교수, 김현주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진휘연 서양미술사학회장 등이 참여했다.

양정무 한국예술연구소 소장은 "20세기 한국을 대표할 미술작품은 동서양의 조화, 시대와 삶의 반영, 국제적 미술 경향과 한국 미술과의 관계 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는 7일 한예종 한국예술연구소의 추계 학술대회 '미래의 예술, 미래의 고전-20세기 한국예술을 말한다'에서 음악·무용·연극·영화 등 6개 장르의 설문결과 발표와 함께 그 예술사적 의의, 문제점 등에 관한 난상토론이 열린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사진제공=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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