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과 '핀치 투 줌' 소송 6780억 배상 합의

다른 소송 영향 미칠지 주목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분쟁의 결정적 대상이던 '핀치 투 줌(pinch-to-zoom-특허번호 915)' 기술에 대해 삼성전자가 당초 대법원 상고 입장에도 불구하고 애플 측에 7,000억원 규모의 배상금을 주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이번 합의는 여타 소송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수년 동안 이어온 소송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미국의 특허분쟁전문 블로그인 '포스페이턴츠'와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일(현지시간) 핀치 투 줌 특허소송과 관련해 애플과 공동으로 소송일정 관련 진술(case management statement)을 내고 "(삼성전자는)애플에 완전히 배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핀치 투 줌 기술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손가락으로 눌러 화면 크기를 늘렸다 줄이거나 위아래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으로 양사 간 여러 건의 특허분쟁 중 핵심 이슈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사활을 걸고 법정공방을 벌여왔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로부터 지난 9월 애플에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10월 연방항소법원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구했다. 이는 고 판사의 판결에 사실상 불복하는 모양새여서 대법원 상고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였다. 이번 합의에 따라 삼성전자는 애플에 5억4,800만달러(약 6,780억원)를 이르면 오는 14일까지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돌연 애플에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사 간 여러 소송의 원만한 해결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과 동시에 이미 지방법원에서 패소한 소송을 뒤집기 위해 무리하기보다는 승소 가능성이 있는 다른 특허 분쟁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분쟁은 특히 2011년 이후 한층 본격화해 미국뿐 아니라 독일·네덜란드·일본·호주·이탈리아 등 전 세계 주요국에서 연이어 벌어져왔고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일부 스마트폰 제품 등에 대해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 등을 받아 영업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민병권·김영필기자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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