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루비니 교수는 기고 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전 세계 최대 불안요인”이라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최근의 중동 지역 불안은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알제리, 튀니지를 포함한 머그레브 지역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리비아는 국정 운영이 마비 상태에 달했고 이집트 역시 권위주의 국가로 회귀했으며 튀지니는 내전 등으로 정치·경제적으로 황폐화하는 등 ‘아랍의 봄’을 몰고왔던 3대 국가들은 불안한 미래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지역의 불안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인접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루비니 교수는 우려했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남쪽 국가들은 이미 지하디스트들이 창궐한 상태이고 이라크·시리아·예멘·소말리아 등 인근 국가들도 전쟁과 분쟁으로 마비 상태에 직면했다. 게다가 중동 지역의 불안으로 초래된 대규모 난민 사태가 요르단·레바논·터키의 정세마저 뒤흔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대립도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역시 사실상 국정 마비 상황으로 접어들었다고 루비니 교수는 진단했다.
루비니 교수는 과거에도 3차례 정도 중동 지역 불안이 전 세계를 위협했지만, 이번 불안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평했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간 대립으로 발생한 1973년 중동 불안으로 1974∼1975년에 걸쳐 국제유가가 3배나 치솟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1979년 이란혁명의 여파로 1980∼1982년 국제유가가 급등해 세계 경제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어 1990년 이라크 전쟁으로 1990∼1991년 사이에도 전 세계 경제가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중동 원유의 위력’이 세계를 강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중동의 불안에도 국제유가가 떨어진다는 점이 질적인 차이라고 루비니 교수는 지목했다. 중동 국가들이 극심한 정세 불안에도 여전히 원유 수출을 계속하고 있고 과거와 달리 미국과 캐나다 등이 주요 산유국으로 부상한 것이 유가하락의 요인이다. 이는 예전과 달리 전 세계의 중동 지역, 특히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질적으로 다른 이번 중동 불안은 적어도 3가지 측면에서 전 세계에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루비니 교수는 예측했다. 우선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은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원유 시장의 질서를 예측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뒤흔들어 결국은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동 지역 불안으로 발생한 대규모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가 급기야 유럽 국가들에까지 엄청난 부담을 안기게 된다. 아울러 광범위하게 확산한 중동 지역 불안은 삶에 절망을 느낀 중동 청년들을 극단주의자나 테러리스트로 내몰아 전 세계적 차원에서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루비니 교수는 덧붙였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