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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초고층 건물 건립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지만 건축의 핵심인 설계는 외국 설계회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초고층 건물의 실시설계와 단순 시공만 맡고 경제적 부가가치가 큰 기본설계는 외국 설계사들이 독식하는 구조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105층, 526m 높이로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기초설계 공모에는 14개 설계 업체가 참여했으며 현대차는 현재 5~6개 해외 업체를 대상으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GBC 건립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초고층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업체는 5~6곳 정도에 불과하며 검토 대상에 국내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설계 후보에는 세계 초고층 건물 설계 시장을 양분하는 미국의 KPF와 SOM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완공됐거나 짓고 있는 초고층 건물의 설계도 모두 KPF·SOM 등 외국 설계 업체 및 건축가의 손을 거쳤다. 롯데건설이 잠실에 짓고 있는 123층, 555m로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의 설계는 KPF가 맡았고 부산에 들어서는 101층(411m) 호텔인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의 설계는 SOM이 했다. 이 밖에 KPF는 기존 국내 최고층 건물인 인천 송도의 동북아무역센터(68층·305m)를 설계했으며 SOM은 타워팰리스(69층·264m)와 여의도 63빌딩(63층·249m)을 디자인했다.
이처럼 국내 초고층 건물 설계를 외국 설계회사들이 독식하는 것은 국내 설계 업체의 기술력 부족과 국내 건축주들의 외국 설계사 선호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초고층 빌딩 설계는 엄청난 하중은 물론 강풍과 지진·화재 등의 위험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초고층 설계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5~6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백민석 건축사사무소 더블유 대표는 "외국 설계 업체가 국내 초고층 빌딩 설계를 도맡는 것은 설계능력의 차이를 떠나 건축주들이 마케팅과 홍보전략 차원에서 유명 해외 업체에만 설계를 맡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건축설계는 건축사만 할 수 있도록 한 건축법 조항이 국내 초고층 설계 역량을 키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초고층 건물은 디자인보다 구조·설비 등 엔지니어링이 더 중요한데 건축법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설계를 하지 못하고 건축사로부터 하청을 받아 일하는 상황"이라며 "건축법 개정을 통해 초고층 설계가 가능한 종합엔지니어링 업체를 육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국내 초고층 건물 설계 현황 (단위: m, 층)
건물 높이 층수 설계사
롯데월드타워 555 123 KPF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526 105 해외업체 공모 중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 411 101 SOM
동북아무역센터 305 68 KPF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300 80 디스테파노 앤 파트너스
해운대 아이파크 292 72 대니엘 리베스킨드
<자료: 업계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