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 새정연 대거탈당 여부는 미지수… 문재인, 내부단속에 정치생명 달렸다

■ 탈당 규모와 文 앞날은
文 '문안박 연대' 제안 등 '할 만큼 했다' 명분 쌓아
호남 등 이탈 가능성 있지만 일각선 '찻잔 속 태풍' 전망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3일 탈당하면서 그를 따르는 세력이 어느 정도나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탈당 규모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새정연이 차지하는 의석 수는 물론이고 총선 결과에 따른 문재인 대표의 앞날도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는 대거 탈당으로 새정연이 양분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규모가 예상보다 적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배제할 수 없다.

연쇄 탈당의 시작은 안 전 대표의 측근과 문 대표에 반대하는 비주류 선봉에 있는 인물들이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안 전 대표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이르면 14일, 늦어도 15일에는 탈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성엽·황주홍 의원도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거부하며 징계 대상으로 지목돼 탈당 우선 순위로 거론된다.


호남의원들의 행보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그의 탈당 여부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새정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위기감이 큰 곳은 수도권이다. 이 지역은 간발의 표차로 여야의 승부가 갈리는 지역이라 안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주부터 수도권 의원들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했다. 이들은 "지금 나가면 제1 야당의 기득권인 기호 2번마저 놓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결국 안 의원 탈당에 따른 후폭풍은 문 대표가 내부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문 대표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하며 안 의원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안 전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를 요구하며 거부하자 '안철수 10대 혁신안'을 수용하기도 했다. 비록 혁신전대 거부가 안 전 대표와 결별하는 계기가 됐지만 문 대표 입장에서도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은 쌓은 셈이다.

문 대표가 안 전 대표를 향해 '공동 창업주'라고 강조하며 탈당이 없을 것을 강조한 것도 탈당에 따른 비난과 책임감을 안 전 대표에게 돌린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의 사퇴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새벽에 노원구 자택에서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그를 찾았고 탈당 발표 직전까지 통화를 하며 탈당을 만류한 것도 일종의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다.

문 대표에게 남은 것은 당의 혁신을 이어가며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을 최대한 막는 것이다. 만약 내부 단속에 성공한다면 안 의원 탈당에 따른 파급력은 잦아질 수도 있다. 이어 새정연을 중심으로 한 야권 세력의 통합으로 새누리당과 총선에 나서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다.

반대로 문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호남을 비롯한 비주류의 탈당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경우 문 대표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야권 분열로 인해 내년 총선에 패배하고 여당의 압승이 현실화되면 사실상 문 대표의 정치 생명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 대표는 이날 자택을 나서며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옅은 미소만 지을 뿐 묵묵부답이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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