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정부의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은행들이 떠안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대출 담보증권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정부가 강제한 의무보유기간 탓에 32조원에 다다르는 막대한 금액을 묶어놓아야 했던 시중은행이 이를 지렛대 삼아 한국은행에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우량 채권으로만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한은의 담보증권에 파생상품인 MBS가 포함되면서 최종대부자인 한국은행마저 안심전환대출의 유탄을 맞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MBS를 한국은행의 대출 및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에 포함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시중은행의 MBS 의무보유기간을 고려해 오는 2016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현재 시중은행은 한국은행으로부터 자금 대출을 받을 때 국채나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 잔존 만기 1년 이내의 신용증권 등 우량 채권을 담보로 맡겨야 한다. 한국은행은 이 담보증권의 정부보증 여부와 남은 만기 등을 고려해 담보가치를 측정하고 그 담보가치에 따라 시중은행에 대출을 해주게 된다. 이렇게 시중은행이 담보로 맡길 수 있는 은행 자산에 파생상품인 MBS를 추가한다는 게 이번 의결의 주된 내용이다.

한은은 이번 결정이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은행의 자산운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3~4월 안심전환대출은 취급한 은행은 이 채권을 한국금융공사에 양도하고 대출 취급액만큼인 31조7,000억원의 MBS를 매입해 1년간 의무적으로 보유하기로 했다. 의무기간이 적용된 것은 은행이 자금조달을 위해 MBS를 시장에서 판매하고 이를 통해 다시 신용이 팽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번 결정으로 시중은행은 한은에 돈을 빌릴 때뿐만 아니라 인터넷뱅킹 등 소액 결제망에서 타행자금이체 등의 업무로 발생하는 최종 결제 보장을 위한 담보수단으로 MBS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 대출의 담보증권에서 별도의 신용등급 제한 등의 규정은 없다"며 "정부보증 여부와 잔존 만기 등 담보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규정을 총재가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조만간 규정을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