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수주한 지역 건설업체만 '가슴앓이'

주민 반발로 인천 LNG기지 증설 수개월째 헛바퀴


정부가 장기적인 수급 안정을 위해 인천 송도에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대에 막혀 수개월째 공전하면서 공사를 수주한 지역 건설업체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25일 인천시와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오는 2019년 10월까지 LNG 인천생산기지 3단계 2차 공사인 21~23호기 저장탱크를 증설하기로 하고 최근 사업자를 선정했다. 증설 공사가 마무리되면 LNG 저장탱크는 20기에서 23기로 늘어나고 저장용량도 348만㎘로 증가하게 된다. 특히 인천시와 가스공사는 이번 공사가 지역 의무 공동도급 대상이 아니지만, 전국 최초로 공사의 20% 이상을 지역 업체에 할당했다. LNG기지 공사의 20%를 지역 건설업체들이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해당 구청과 지역 주민들은 폭발사고에 따른 피해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첫삽을 뜨지도 못하고 있다. LNG기지와 송도국제도시는 3㎞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폭발사고가 나면 그 피해는 주민들이 안아야 한다는 논리다. 주민들은 "LNG기지에서 사고가 나면 화약고나 다름없는 위험시설을 계속 증설하겠다는 것은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국제도시란 송도국제도시 조성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증설계획을 철회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착공 허가권을 쥐고 있는 연수구도 주민 눈치를 보느라 이미 수개월 전 시공사 선정이 끝난 기화송출설비 공사에 대해 건축물·공작물 축조공사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주민 설득'이 미흡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건설업체가 볼 때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부족한 점이나 지역개발 효과 등을 종합 검토해 주민들의 의사에 맡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혐오시설은 무조건 안된다는 일부 주민들이 강경한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대화 자체가 안된다는 하소연이다. 더구나 LNG 기지는 압력용기가 아닌 대기압과 같은 상태여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폭발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안정성이 입증됐는데도 일부 주민들은 핵발전소와 비교하며 막무가내식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석 인천기지 건설단장은 "LNG 기지는 압력용기가 아닌 대기압과 같은 상태여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폭발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핵발전소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조 단장은 "최근 주민들과 공동으로 실시한 용역에서도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21~23기 저장탱크 증설에는 모두 5,080억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인천지역 건설업체의 공사금액은 1,385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업체들에게는 단비가 될 수 있는 공사인 것이다. 지역 건설업계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경우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음식·숙박업 등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가, 건설장비 임대업 활황 등 800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를 수주해 놓고도 수개월째 착공도 못하고 있는데다, 앞으로 언제 착공을 기약할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자칫 공사착공이 장기화되면 장비임대 등에 따른 손해와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우려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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