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뮤지컬 무대, 그곳엔 달콤한 멜로디와 꿈같은 세상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비좁고 어두운 동굴 같은 곳에선 또 다른 드라마가 펼쳐진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을 뽑아내는 곳. 그곳은 바로 무대 아래 연주자 공간인 오케피(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다.
배우 황정민(사진)이 2012년 ‘어쌔신’ 이후 3년 만에 뮤지컬 연출가로 돌아왔다. 그는 12월 개막하는 국내 초연작 ‘오케피’에서 연출 겸 배우로 1인 2역에 도전한다.
“작품을 보는 순간 ‘이것은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출 겸 배우(지휘자 역)로 참여하는 황정민은 25일 서울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일본 인기 작가 미타니 코우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오케피는 무대 아래 공간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사건 사고를 그린다. “2008년 미타니 코우키의 연극 ‘웃음의 대학’에 출연하면서 그의 다른 작품을 알게 됐어요. 오케피도 DVD를 구해 봤는데, 그 순간 ‘이것은 해야겠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려한 쇼 뮤지컬이 많은 한국 시장에서 연극적이면서도 뮤지컬의 감동도 있는 오케피는 황정민이 관객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작품 전체를 이끌 선장(연출)이자 출연 배우로서 1인 2역은 성실함을 약 삼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배역을 뺀 나머지 캐릭터의 대사를 미리 녹음해 놓고 틈틈이 혼자 연기를 한다. 공식 연습 시간엔 연출로서 챙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 송영창은 “황정민은 늘 일찍 나와 녹음기를 틀고 연습하고 있다”며 “이렇게 성실한 사람이 끌고 간다면 틀림없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출가 황정민은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계획도 그리고 있다. 그는 “외국 작품을 사 와서 무대에 올릴 때마다 꼭 죄짓는 기분이 든다”며 “5년 뒤에는 제대로 된 창작 작품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12월 18일~2016년 2월 28일 LG아트센터./송주희기자 ssong@sed.co.kr 사진=샘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