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못 견디겠다'…유럽으로 탈출하는 에리트레아 난민 속출

아프리카 동부의 작은 나라인 에리트레아에서 독재를 견디다 못해 유럽으로 탈출하는 국민들이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태트(Eurostat)의 자료를 인용해 2012년부터 올해 중반까지 유럽으로 탈출해 보호를 요청한 에리트레아인이 전체 인구의 2.13%에 이른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리트레아인 50명 중 1명 이상이 난민을 신청한 것이다. 이는 오랜 내전에 시달려 난민 신청 최우선 순위로 여겨지는 시리아(1.2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또 소말리아(0.61%), 아프가니스탄(0.44%)보다 높고 이라크(0.20%)와 비교하면 열 배가 넘는다.


유엔은 이보다 훨씬 많은 에리트레아인이 조국을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40만 명, 전체 인구의 9%가량이 탈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유럽에 도착한 난민 중 에리트레아인이 다른 나라 출신보다 월등히 많다. 올해 1∼9월에 이탈리아에 도착한 13만2,000명의 4분의 1 이상이 에리트레아인이었다. 지중해를 건너오다 죽음을 맞은 3,000명의 절반 이상은 에리트레아인이었다.

신문은 에리트레아인의 대탈출이 독재정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에리트레아는 30년 동안 독립전쟁을 벌인 끝에 1993년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했으며 1998년에는 국경 문제로 에티오피아와 전쟁을 치렀다. 이 전쟁으로 이사이아스 애프워키가 이끄는 정권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17년 동안 비상사태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유엔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에리트레아 정권이 고문, 감시 등을 일삼으며 국민의 인권을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엔은 소말리아에서 알 카에다 연계 테러를 지원한 혐의로 에리트레아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다.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 공산정권에 맞서 독립전쟁을 할 당시에는 에리트레아 난민은 유럽에서 환영받았지만 시리아에서 발생한 난민이 유럽에서 최우선 순위가 된 이후에는 에리트레아 난민은 이전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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