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알아볼 수 있을까"설렘도 잠시 "오빠" 부르며 달려가자 눈물 주르륵

■ 이산가족 1차상봉단 감격의 재회

이산가족 상봉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남쪽 김복락 할아버지가 북쪽 누나 김전순 할머니를 만나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1차 상봉단 389명이 20일 북측 가족 141명과 60여년 만에 재회하는 감격의 시간을 맞았다.

이날 오후3시7분 단체 상봉행사가 열리는 이산가족 면회소 앞에 도착한 이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측의 누님을 만나러 온 한 남성 참가자는 "누나를 만나러 왔어요. 65년 만이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행사가 열리기 전 미리 자리를 잡은 가족들은 "얼굴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네" "알아볼 수 있을까" "몇 살 때 만나셨죠?" 등의 말을 건네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첫 단체상봉 행사가 시작된 오후3시30분(북한시각 3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 북측 가족들이 하나둘씩 입장하자 남측 가족들은 모두 일어나 입구를 바라봤다.


북측 리흥종(88)씨는 남측의 딸 이정숙(68)씨와 여동생 이흥옥(80)씨 등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입장했다. 이흥옥씨가 입구에 들어선 리흥종씨를 보고 바로 달려가 "오빠"라고 부르자 리흥종씨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이흥옥씨가 이정숙씨를 가리키며 "딸이야 딸"이라고 소개하자 리흥종씨의 입가가 떨렸다.

우리 측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김남규(96)씨는 북측의 여동생 김남동(83)씨를 만나자 반가운 마음에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김남동씨는 오빠를 만나자마자 두 손을 꼭 잡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남동씨가 "김남규 오빠가 옳은가(맞나)"라고 물었으나 고령의 김남규씨는 그 말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테이블 곳곳에서는 감격의 울음과 함께 서로의 예전 사진을 확인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이어졌다.

이들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상봉 대상자 중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자인 탓에 건강악화로 행사 참석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잇달아 생겨났다. 당초 정부 계획에 따르면 상봉 대상자는 남북 각각 100가족이었으나 남북 모두 96가족으로 줄었다. 상봉 전날인 19일에도 우리 측 가족들 중 일부가 참석을 포기했다.

이들은 오전8시37분 버스 16대에 나눠 타고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들의 환송 가운데 숙소인 속초 한화리조트를 출발해 오후1시30분 금강산호텔에 도착했다. 염진례(83) 할머니와 김순탁(77) 할머니는 지병 악화로 면회 장소인 금강산까지 구급차로 이동했다. 북측 오빠를 만나려는 염진례 할머니는 이날 허리 디스크 증세가 악화됐고 김순탁 할머니도 갑자기 천식 증상이 악화돼 산소마스크를 쓰고 구급차를 탔다. 가족들은 이들의 건강을 우려했지만 헤어진 혈육을 만나려는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상봉단은 이날 단체상봉에 이어 우리 측 주최 환영만찬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한 차례 더 혈육의 정을 나눴다. 21일에는 오전과 오후에 각각 개별 단체 상봉을 진행하며 22일에는 작별상봉 후 육로를 통해 속초로 돌아오게 된다. 오는 24∼26일 2차 상봉 행사에서는 남측 상봉단 255명이 북측 가족 188명을 만난다. /박경훈기자 socool@sed.co.kr 속초·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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