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 이후 한국과 중국, 러시아를 잇는 '초국경 경제협력지역'의 완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네트워크 형성이다. 국토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4일 열린 세미나에서 △초국경 복합교통망 △초국경 연계 생산 네트워크 △초국경 협력도시권을 구축하는 세 가지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를 위해 현 단계에서 시범적으로 북한 나선(나진·선봉)과 중국 훈춘, 러시아 극동지역을 연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몽골 울란바토르까지 육로 연결로 산업 벨트 형성=동북아 지역의 경제협력을 위해 필요한 첫 번째 전제조건은 육로 연결이다.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넓게는 몽골까지 잇는 육로망은 총 세 가지로 이뤄진다.
가장 짧은 교통망은 서울에서 나진을 거쳐 중국 훈춘과 지린 등을 연결하는 2,222㎞ 순환노선이다. 2단계는 부산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둥글게 연결한 4,504㎞ 노선이다. 가장 긴 노선은 부산부터 몽골 울란바토르까지 이어지며 총 길이가 9,373㎞에 이른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장은 "중국의 중장기 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가운데 중·몽·러 라인과 복합 교통망이 연결되기 때문에 두 가지의 성공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게 된다"고 밝혔다.
◇북방지역 바이오 산업 발전 가능성 높아=길이 뚫리면 이를 따라 대규모 산업 벨트도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에서 중국 선양지역 벨트에 경공업과 소재산업이 집중 발전되고 북한 동북부에서 러시아 극동지역 벨트를 따라 석유·가스화학이 육성되는 식이다.
국토연은 특히 북방지역의 농림어업과 에너지산업의 잠재력에 국내 기술력을 융합시켜 바이오 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물류·운송, 송유관·가스관 등 에너지 협력이 핵심"이라며 "생산 네트워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노동력 시장 접근성 등 기본적인 경쟁력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단계인 '초국경 도시협력권'은 산업 벨트를 기반으로 발생한다.
각 도시협력권마다 담당하는 역할이 다르며 대표적인 지역은 세 가지로 나뉜다. 일단 나선(북)-훈춘(중)-하산(중)-블라디보스토크(러) 도시권은 물류와 에너지·수출경공업을 중심으로 북방지역의 대외 관문 역할을 담당한다.
'평양(북)-신의주(북)·단둥(중)-다롄(중)-다롄(중) 도시권'은 바이오산업과 첨단제조업 중심으로 선도 산업을 발전시키게 된다. '하바로프스크(러)-콤소몰스크(러) 도시권'은 우주산업을 중심으로 한 내륙 거점 도시권을 형성한다.
◇북 나선(나진·선봉)·러 극동 시범사업 확대 필요=다만 북방지역의 경제협력 추진 방안은 통일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실현되기까지 장기적인 기간이 소요된다. 또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 일대일로의 협력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두 가지의 추진 단계가 다르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요소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아직 구상 단계인 반면 일대일로는 실천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를 위해 국토연은 통일 이후 점진적인 경제협력을 위해 현 단계에선 일단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남북한과 러시아 3개국의 물류협력사업이다. 국토연은 이 프로젝트를 북한 나선의 물류와 중국 훈춘의 수출경공업, 러시아 극동지역의 에너지산업을 연계하는 시범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나선-훈춘-장춘을 연결하는 교통축과 나선-하산-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교통축을 각각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중국 훈춘 지역에 제2의 개성공단과 같은 유사한 산업기지를 조성해 중국과 함께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산업 및 인프라 협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전문가 협력과 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권경원기자 nahe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