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통상허브 전략] <2> 추가협상 아킬레스건 '쌀'

■ 한국 빠진 TPP









'쌀은 양허 품목에서 제외한다.'

한국이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초지일관 관철해온 원칙이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는 가능할지 미지수다.

일본이 미국과 호주에 쌀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면서 우리의 쌀 시장 개방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TPP 회원국으로서는 이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쌀 개방 여지를 완전히 닫아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실제 그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등의 일정이 부담이거니와 제조업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도 생각 외로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업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실패한 한중 FTA 사례를 들며 쌀 개방 금지가 도그마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리로서는 시나리오별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일본 선례 삼아 개방 압력 커질 듯=정부는 지난해 9월 20년 만에 쌀 관세화(513%)를 결정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1995년 출범한 후 줄곧 개방을 의미하는 '쌀 관세화'를 유예해왔지만 그 반대급부로 저율(5%) 관세의 의무수입물량(TRQ)이 40만9,000톤까지 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관세율에 대해 미국·호주·베트남·중국·태국 등 5개국이 이의를 제기해 정부가 이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 이 중 미국·호주·베트남 등 3개국은 TPP 회원국이다. 쌀 협상만 보면 이미 TPP 협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TPP 협상이 WTO 결정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탓에 정부도 이들 3개국과 협상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우리처럼 TRQ(77만톤)를 통해서만 쌀을 개방한 일본이 TPP를 통해 미국과 호주에 무관세 물량을 풀면서 협상 방정식은 더 복잡해졌다. 일본 수준 이상의 쌀 개방 요구나 공산품의 추가 개방 카드가 불 보듯 한 상태다.

◇총선 등 변수…개방 실익 신중히 타진=정부는 현시점에서 쌀 개방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일본의 추가 개방에 대해서도 "TRQ 물량 가운데 일부를 미국과 호주에 배분한 측면이 있다"(고위 통상 관료)는 입장이다. 일본의 쌀 개방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역으로 보면 그만큼 쌀 개방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앞으로 나올 최종 협정문, TPP 영향 분석, 총선 여론 등에 따라 일부 쌀 개방 여지는 있다는 얘기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로서는 진짜 쌀 개방을 안 할 수 있는지, 만약 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 줄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쌀 개방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은 "그간 FTA다운 FTA를 하지 않은 일본은 TPP를 통해 농업을 일부 잃더라도 제조업에서 얻을 게 있지만 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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