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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노오력(노력만 강조하는 기성세대를 비판하고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풍자하는 단어),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신조어 들어보셨죠. 주변에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데 이러한 사회 문제를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나요?" (성결대 김재훈 학생)
"장관님은 노동개혁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만 강조하시는데 청년 입장에서는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거 아닌가요?" (박세훈 고려대 총학생회장)
14일 서울 동국대 신공학관에서 약 2시간 동안 열린 청년 일자리 타운홀 미팅 '응답하라 2015 청춘-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단소리! 쓴소리!'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줄곧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쏟아져나오는 청년들의 비판과 하소연에 입술은 말라 들어갔다. 대학 총학생회, 학보사, 취업 동아리에서 나온 30여명의 패널과 70여명의 청년 구직자들이 직접 느끼는 일자리 현실에서부터 노동시장 개혁까지 우리 고용시장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박희석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장은 "지금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정말 근로자를 살리기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김민석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정규직 근로자한테만 양보를 요구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지금 제 입술이 터졌는데 오른쪽 큰 산에서 왼쪽 큰 산에 외줄로 연결해놓고 넘어가는 게 노동개혁"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노사정 주체들은 한밤중에도 잠을 못 이루고 고민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청년을 새로 뽑으면 3년만 쓰느냐, 30년은 고용해야 한다"고 대학생들에게 질문한 이 장관은 "임금피크제로 절약하는 재원으로 청년 1명에 대해 5~10% 비용부담을 하면 정부가 5~10%를 지원하고 나머지 80~90%는 기업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 지원은 1~2년이고 나머지 28년은 기업이 부담하는 것인 만큼 임금피크제는 청년과 장년이 상생하기 위한 기초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장관은 "노동개혁은 저성장시대에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불안 요소를 없애주는 취지"라며 "임금ㆍ근로시간ㆍ계약관계 등에 있어 불확실성·불공정성·불투명성을 없애 직접 청년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래사회는 노동 이동성이 매우 커지고 '3차 대전은 양질의 일자리 전쟁'이라는 표현을 인용한 이 장관은 "이제는 메이드인 '자국', 즉 '메이드인코리아'가 중요한 시대인 만큼 외투기업이 한국에서 공장을 만들어 여러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격차 해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상위 10% 근로자와 하위 10% 근로자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4.7배에 달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면서 "근로조건 향상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동개혁·규제완화와 함께 중소기업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면 자연스레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일자리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선진국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격차가 100대75 정도라면 우리는 100대35로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성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열띤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이 장관은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담 위에 서 있으며 지금 아버지 세대인 기성세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청년들이 일자리 희망으로 넘어가느냐, 아니면 절망으로 내려앉느냐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청년세대가 'N포세대'가 아니라 'MD(More Dream)세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무한 스펙 경쟁, 지방대 학생들의 소외감, 열정페이, 능력중심 채용(NCS)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불안감, 인문사회계열 청년들의 취업난 등의 절절한 현실을 얘기하며 사회와 정부의 보다 큰 관심과 지원을 요구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