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젤형 기업에 자금 수혈… 수출·고용 쑥

마케팅·R&D 등 패키지 지원사업 효과 톡톡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젤형 기업 지원사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금으로 해외 수출과 신규 고용 창출에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은 빨리 달리면서 높은 점프력을 가진 가젤처럼 3년 평균 고용증가율(또는 매출증가율)이 20% 이상인 고성장(가젤형) 기업에 수출 마케팅과 정책자금, 연구·개발비(R&D) 등을 패키지로 지원해 가젤형 기업들의 수출과 신규 고용 능력을 끌어올리는 사업이다.

선박에 사용되는 특수 도어(Door)를 만드는 에스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근로자 37명의 크지 않은 회사지만 지난해 매출액을 75억원 이상 기록하는 등 국내에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정성태 에스티 대표는 중국 등 해외 업체에 선박용 특수 도어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자금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수출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 초 정부가 추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가젤형 기업 육성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 에스티에 큰 기회가 됐다. 에스티는 고성장(가젤형) 기업 수출역량강화사업 지원 회사로 선정돼 5,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중국 수출 전담인력을 뽑고 해외 전시회에도 나갈 수 있었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이 지원이 마중물이 돼 지난해 8,000달러 규모의 수출 실적이 올해 말까지 5만9,000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출로 인해 제 2의 성장기를 맞게 됐다. 정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자금과 해외 마케팅 전담 인력 등이 부족해 해외 시장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그나마 다른 지원정책들은 지원자금에 대해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았다"면서 "고성장기업 수출역량강화사업은 돈을 사용하는 회사가 자율적으로 수출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어서 큰 자금은 아니었지만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12월에도 상하이로 전시회를 나갈 예정이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가죽 원단과 핸드백 등 가죽 제품을 제조하는 하나도 이 사업을 통해 마케팅 전담인력 인건비와 외국어 카달로그, 외국어 홈페이지, 외국어 동영상 제작 지원 비용 5,000만원과 신성장기반 운전자금 9억5,000만원을 융자 받아 수출 실적이 늘고 있다. 지난해 591만달러 규모의 수출 실적이 올해는 700만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종업원 수도 2011년(11명)에 비해 지난해 2배가 넘는 29명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44억원에서 32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욕실용 환풍기를 제조하는 힘펠 역시 온라인 마케팅과 해외진출 컨설팅, 해외 전시회 등을 지원받아 올해 수출 실적이 50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의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가젤형 기업은 수출 지원 이후에 융자와 R&D 지원도 패키지로 지원받게 된다. 수출 지원은 최대 1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고 가젤형 기업이 빠른 성장에 따라 자금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해 업력에 상관없이 정책자금 대출을 기존 신성장기반 자금(한도 45억원)보다 많은 7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신규 제품 개선과 개발에 2년간 최대 5억원의 R&D 자금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가 가젤형 기업에 주목하고 이들에게 지원을 하게 된 것은 이들이 신규 일자리의 33.4%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 업력이 12.4년인 가젤형 기업은 빠른 성장 이후 성장률 정체나 해외 시장 진출 부진 등의 성장통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 전반의 고용 창출능력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중기청 관계자는 "가젤형 기업들이 내수 기업에서 수출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국내 고용 창출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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