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중국의 목소리와 중국이 제시하는 해법을 기대한다."
지난달 31일 중국 중앙TV(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방송된 시진핑 주석의 신년사는 '대국 굴기'에 대한 자신감을 그대로 나타냈다. 만리장성이 그려진 그림을 배경으로 붉은 넥타이를 한 시 주석의 목소리는 전세계에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됐다.
핵 공격방어 부대인 로켓군과 군부 개편, 항공모함 추가 건조 등 이어지는 중국의 군사 굴기는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특히 북핵 억제력을 확대하기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일본·한반도 배치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제2포병 대신 새로운 핵무기 운용 부대를 창설한 것은 동북아를 둘러싼 미중 핵 경쟁 시대를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로켓군'에 대해 '전지역, 선제적 전쟁'을 거론하며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핵 억지력과 반격 능력을 강화하고 중거리·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혀 핵 경쟁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육군통합사령부 창설 역시 큰 변화다. 중국 지상군은 85만명에 달하지만 그동안 사령부가 없어 지휘 체계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통합사령부 창설로 7대 군구를 동·서ㆍ남ㆍ북ㆍ중부 등 5개 군구로 재편하며 지휘 계통을 일원화했다. 중국 지상군 체제 개편에서 북중 접경 지역을 관할하는 선양군구의 재조정도 주목된다. 홍콩 봉황망은 중국군이 과거 7개 지역 군구에서 5개 군구 체제로 바뀌며 선양군구가 흡수 통합돼 운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봉황망은 중국이 한반도 유사시 더 강력하고 정예화된 병력과 작전이 가능하도록 선양군구를 재조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동아시아 영향력 확대에서 중국이 주력하고 있는 항공모함도 위협적이다. 중국은 두 번째 항공모함도 독자 기술로 건조하고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중국은 2012년 9월 '1호 항모' 랴오닝호(6만7,500톤급)를 취역시키며 항모 보유국 대열에 들어섰다. 이 항모는 옛 소련이 제작하던 구식 항모를 개조한 것으로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건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세 번째 항모를 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군사 굴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며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긴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외교부는 중국이 1일 피어리 크로스 암초의 인공섬에서 항공기를 시범 운항했다고 밝혔다. 피어리 크로스 암초는 중국 하이난성에서 약 1,000㎞,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는 480㎞ 떨어진 남중국해의 군사 요충지다. 중국의 인공섬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반격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군사적 대응을 시작했다면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안보 위협으로 설정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을 안보 위협으로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동유럽·중동·아프리카 등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러시아가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과 러시아, 일본(EEZ 관리 강화)이 목소리를 키우며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물론 긴장 구조가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을 포함한 4대 강국의 갈등 구조는 한반도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미일과 중러의 대립은 올해 동아시아 정세를 살얼음판 위에 올려놓고 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