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연말을 맞아 유럽 여행을 다녀온 홍소영(28·가명) 씨는 프랑스에서 산 화장품을 더 많이 사오지 못한 게 아쉽다. 피부에 잘 맞을까 걱정돼 한국에 판매되는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한 데도 한두 개만 구입했다. 화장품을 다 쓰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해외 직구를 하자니 택배비가 부담돼 아예 포기했다.
최근 국내 쇼핑 분야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들이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홍 씨의 고민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영국·프랑스·독일 시장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는 유럽 3개 국가의 브랜드 상점들과 제휴를 맺고 해당 제품을 국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해외 윈도' 서비스 출시를 논의하고 있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이 유럽 여행에서 많이 사오는 물건들이 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초콜렛, 화장품 등이다"며 "유럽 내 상점과 제휴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국내 소비자가 해외 온라인 사이트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겪는 언어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해외 여행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편하게 제품을 구매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네이버 쇼핑윈도는 국내 매장과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지난 11월 월 1,000만원 이상 거래한 매장이 432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네이버와 달리 아예 현지인을 대상으로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있다. 지난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해 2014년 10월 독일에 진출한 SK플래닛의 O2O 서비스 '샵킥(SHOPKICK)'이 주인공이다. 샵킥은 블루투스로 차세대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 기술인 비콘을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의 접속 없이 자동으로 근처 제휴 매장의 세일 정보 및 쿠폰을 제공하는 O2O 서비스다.
앞서 미국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샵킥은 메이시스(Macy's) 백화점 등 제휴 매장을 방문해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킥(kick)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를 모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미국에 거주하는 크리스챤 카이(Kristen Kay) 씨는 샵킥으로 포인트를 적립해 물건을 살 수 있었다며 리뷰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SK플래닛은 미국의 스타트업이었던 샵킥을 인수하며 미국 O2O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이제 독일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샵킥의 창업자인 시리아 로딩(Cyriac Roeding) 현 샵킥 이사회 멤버가 독일계 미국인으로 독일 시장을 잘 알고 있는 데다가 독일이 유럽 지역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국가인 점에서 독일이 최적의 국가로 선택됐다.
이처럼 국내 쇼핑 O2O서비스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대해 국내 O2O 시장의 포화상태인 데 따른 자구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O2O 시장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여러 분야의 서비스들이 금방 생겨난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해외 진출은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