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위기 딛고 재기한 ‘뉴 팬택’, 극심한 절망 딛고 희망의 나래로
쌀쌀한 날씨로 몸을 움츠러들게 하던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한 때 4,500명의 직원들로 붐볐던 팬택은 지난해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의 인수 이후 현재 500명 만이 남아 재기를 모색 중이었다. 이들 ‘뉴 팬택인’들은 고락을 같이 했지만 떠나 보내야 했던 동료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수 많은 협력업체와 임직원들이 겪은 고통을 잊지 않고 반드시 회사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유한철(45) 소프트웨어DS3팀 차장은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으니 이제는 성과만 내면 된다”며 “60대와 20·30대 개발자가 한 사무실에서 같이 고민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같이 팬택도 그런 회사가 되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헌(30) 상품기획팀 대리는 “전 세계인들이 팬택 제품을 사용하게 해 애플을 뛰어넘는 회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고, 양정현(40) 하드웨어2팀 과장은 “글로벌 톱만 고집하기 보다 잘하는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팬택을 꿈꾼다”고 희망했다.
뉴 팬택인들은 재기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김진희(39) 마케팅전략팀 차장은 “새 제품을 기획하면서 역시 쉽지 않구나 라는 것을 느끼지만 이는 결국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사실 옛 방식을 따르는 관성에 젖어 있었던 적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를 떨쳐내야 한다”고 했다. 인력 구조조정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박가영(36) 인사총무팀 과장도 “이제는 팬택의 변화를 이끄는 제대로 된 선배가 되고 싶다”며 “구성원 스스로도 자신을 더 다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패로 인한 아픔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노력 중인 이들에게 팬택은 그야말로 애증 그 자체. 애사심이 애증이 되고 다시 가족 간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까지 발전되는 과정에서 이들은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동료’라는 두 글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을 돌아보고 혁신을 준비하는 뉴팬택이 준비하는 2016년은 좌절이 아닌 오랫동안 고객과 함께하는 팬택이다. 어쩌면 기업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단어이자 가장 어려운 단어인 ‘고객’의 선택을 과연 이들이 정말 받게 될지 2016년이 끝날 즈음 팬택의 모습이 벌써 부터 궁금해진다. /권대경기자 kwon@sed.co.kr 사진=권욱기자
◇팬택 경영 정상화 일지
2014년 2월 :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2014년 8월 : 서울중앙지법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결정
2015년 3월 : 원밸류에셋 매니지먼트 매각 무산, 서울중앙지법 공개매각 재결정
2015년 7월 :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 팬택 M&A 본계약 체결, 계약금 40억 납부
2015년 10월 : 잔금 완납 및 관계인 집회 후 회생계획안 승인, 법원 인가
2015년 12월 :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
팬택 직원들이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올해 상품 전략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정헌 상품기획팀 대리, 양정현 하드웨어2팀 과장, 김진희 마케팅전략팀 차장, 박가영 인사총무팀 과장, . 유한철 소프트웨어DS3팀 차장. /권욱기자
팬택 직원들이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팬택 브랜드를 들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배정현 상품기획팀 대리, 양정현 하드웨어2팀 과장, 김은지 마케팅전략팀 대리, 박가영 인사총무팀 과장, 김석원 인사총무팀 대리, 김진희 마케팅전략팀 차장. 유한철 소프트웨어DS3팀 차장. /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