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강력한 인수 후보였던 한화가 사실상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대형 인수합병(M&A)보다 사업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한화테크윈은 KAI 지분 487만3,756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키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3,757억6,000만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화테크윈은 보유하고 있던 KAI의 지분 10% 중 절반을 매각하고 5%의 지분만을 갖게 됐다.


이는 한화가 KAI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던 시장의 관측을 뒤엎는 것이기도 하다. KAI의 지분은 그동안 산업은행(26.75%) 한화테크윈(10%) 현대차(10%) DIP홀딩스(5%) 등이 나눠 갖고 있었다. 산업은행이 KAI의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힘에 따라 한화테크윈은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등과 함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 왔다. 5% 가량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면 KAI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방산 업체로서 KAI 인수를 통해 얻을 시너지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한화테크윈이 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전량 매각, 4,400억원 가량을 확보하면서 KAI 인수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한화테크윈이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KAI에 대한 관심을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화테크윈은 "글로벌 항공 방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매각 자금으로 엔진부품 업체 M&A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삼성에서 한화로 적을 옮긴 후 글로벌 방산업체로의 성장 계획을 천명해왔다. 한 관계자는 "막 한화그룹에 편입된 만큼 대형 M&A보다 사업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유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