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 두산 제치고 KAI 지분 매각

카이 주가 오버행 이슈 재부각에 약세 예상



한화가 두산을 제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의 우선 매각에 나섰다. 새해 들어 카이 주주간 맺은 공동매각 기한이 끝나면서 시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두산이 가장 먼저 움직일 것으로 예상해왔다.


한화테크윈은 5일 장 마감 후 보유 중인 카이 지분 10% 가운데 5.01%(487만3,756주)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블록딜 매각 금액은 이날 종가 기준 총 3,757억원에 달한다. 주당 최대 10%의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3,381억원의 뭉칫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한화가 전격적으로 카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올해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존 주력사업인 엔진부품 사업 확대를 위해선 현금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12월 자회사 한화종합화학 지분 23.4% 전량을 한화종합화학에 매각해 4,481억원의 현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KAI 지분 블록딜은 기존 주력사업인 엔진부품 사업을 확대해 글로벌 방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부터 카이(KAI)의 최대주주(26.75%)인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릴 경우 방산업체인 한화테크윈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더욱이 재무구조가 나빠 주요 주주들 중 가장 먼저 지분(5%)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두산(디아이피홀딩스)보다도 한발 먼저 움직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산은의 기대와 달리 카이 지분 매각 작업이 올해도 공회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테크윈의 카이 블록딜 매각 소식 이후 양사의 주가는 엇갈렸다. 한화테크윈은 이날 장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전날보다 1.28%(450원) 오른 3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카이는 2.72%(2,100원) 하락한 7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강태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테크윈의 블록딜을 계기로 주요 주주들의 개별 매각에 따른 오버행 이슈가 현실화될 경우 카이 주가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한화테크윈은 3,000억원 넘는 현금이 유입된다는 점에서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민우·박준석기자 ingagh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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