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필리핀으로 튀면 그만? 이젠 현지 공항서 '쇠고랑' 찬다

中서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40대
比 입국심사대서 걸려 국내 송환
'도피 천국' 도망 사례 줄지 관심


중국에서 700억원대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필리핀으로 도망가려던 40대 남성이 필리핀 입국심사대에서 걸려 국내로 강제 소환됐다.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이 필리핀 입국 단계에서 차단된 첫 번째 사례다. 향후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이 '도피처의 천국'이라 불리는 필리핀으로 도망가는 사례가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임모(40)씨는 지난 2013년 5월께 중국 산둥성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포커 등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후 2014년 6월까지 판돈 706억원 규모로 사이트를 운영하며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으로 총 3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지난해 6~7월 태국으로 도피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및 인터넷 도박 사범 68명을 무더기로 검거한 경찰은 임씨의 정체를 확인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인터폴에 적색 수배령을 내렸다.

이에 임씨는 6개월가량의 도피생활을 이어갔고 올해 1월2일 필리핀으로 입국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국 경찰과 사전 공조를 맺은 필리핀 이민청은 임씨의 입국 시도 사실을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인 '코리안데스크'에 통보하고 우리나라로 추방 조치했다.

당시 임씨는 필리핀 입국이 좌절되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필리핀 이민청이 임씨를 공항에 30시간 넘게 붙잡아두는 등 한국 경찰에 적극 협조하면서 4일 한국 국적기에 태울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 경찰은 한국인 범죄자가 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으로 도망가면 쉽게 찾을 수 없어 골머리를 앓아왔다. 필리핀은 물가도 싸고 영어가 통용돼 한국인 범죄자들에게는 도피처의 천국으로 통한다. 현재 주요 수배자 200여명이 도주해 있는 상태다.

이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방문해 현지 이민청에 한국인 범죄자를 입국 단계에서부터 차단시켜줄 것을 요청했고 필리핀으로 입국 가능성이 큰 주요 수배자 15명의 명단을 필리핀 측에 넘겨줬다. 임씨는 그 수배자 가운데 검거된 첫 번째 사례다. 경찰은 "앞으로 입국 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는 중요 수배자 명단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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