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소득·재산 하위 70% 노인에게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애쓰던 지난 2013년 12월. 보건복지부는 자녀의 고가 주택에서 살거나 골프·승마·콘도 등 고가 회원권, 고급 승용차를 보유한 노인의 기초연금을 깎거나 받지 못하게 하는 대책을 마련해 이듬해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고가 주택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타워팰리스, 삼성동 아이파크에 사는 노인 74명이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자 노인에게까지 세금으로 연금을 줘야 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들끓은 뒤다.
핵심 대책 중 하나가 '무료 임차 추정 소득' 도입.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6억원(시세 약 7억5,000만원) 이상의 자녀 소유 주택에 사는 노인은 월 39만원(6억원×연 0.78%÷12개월) 이상의 무료 임차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보겠다는 취지다. 이는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한 소득인정액을 끌어올려 기초연금을 못 받게 하거나 깎이게 한다.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을 노인의 것으로 간주하는 기간도 3년에서 매달 일정액(2014년 배우자 없는 노인 월 159만원, 노인 부부 196만원)씩 빼줘 재산가액이 '0'이 될 때까지로 연장했다. 기초연금을 타고 건강보험료 납부를 피하려고 증여라는 꼼수를 쓰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서울 등 대도시의 공시가격 6억원 주택을 증여한 경우 소진에 14년가량이 걸려 '기초연금 수급권 영구 박탈'이나 다름없는 조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막바지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공약하고 집권과 함께 공약 이행을 밀어붙이기 전까지 정부는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재산은 꽤 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노인, 생계를 꾸리기 위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노인 등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월 주택 등 일반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빼주는 기본공제액을 25% 인상(대도시 1억800만원→1억3,500만원)하고 10월에는 환산율을 연 5%에서 4%로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금융기관 대출이 없는 공시가격 3억원 주택의 소득환산액은 월 80만원에서 55만원으로 31%, 6억원 주택은 월 205만원에서 155만원으로 24% 절하됐다. 덕택에 고가 주택을 소유한 노인도 기초연금을 탈 수 있게 되거나 연금액이 올라가게 됐다. 올해 주택과 2,000만원의 예금, 56만원의 근로소득 외에 별다른 재산·소득이 없는 대도시 거주 노인이 다만 몇만원이라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의 가격은 배우자 없는 노인 7억1,250만원(재산공제액과 환산율을 적용한 시세 기준), 노인 부부 9억3,750만원으로 2014년보다 1억8,000만원, 2억5,000만원가량이나 올랐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주택 등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노인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금융기관 부채가 2억원인 시가 10억원 아파트를 담보로 맡기고 주택연금 8억원 상품에 가입할 경우 부부 중 연소자가 60세면 월 182만원, 65세면 218만원가량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의 최근 3년 평균 월소득(A값) 204만원과 비슷하고 20년 이상 가입자들이 매달 받는 국민연금 평균액 88만여원의 2.1~2.5배나 된다. 올해 최저임금 시간급 6,030원을 주 40시간 근로자에게 적용한 월급 126만원을 크게 웃돈다.
이들은 주택연금만 활용해도 웬만한 근로자보다 여유 있게 살 수 있다. 그런데도 주택은 상속용으로 남겨놓고 세금에 기대게 해서야 되겠는가. 자구 노력을 촉진하고 노인 빈곤 완화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초연금 관련 제도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
임웅재 논설위원 (노동복지 선임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