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일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초 6조원대 중반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됐으나 실제 결과는 이마저도 밑돌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3·4분기 4조600억원으로 바닥을 찍고 4·4분기 연속 올랐던 삼성전자의 영업익 상승세도 이날 잠정 실적 결과에 따라 한풀 꺾였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3·4분기에는 원·달러 환율 강세(원화 값 하락)에 따른 실적개선 효과가 있었지만 4·4분기에는 이런 상승요인이 없었던 것도 실적 하락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4분기 영업익 하락에 대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회성 실적 악화가 아니고 당분간 실적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의 실패 이후 극한의 비용절감 노력 등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지켜왔지만 '쥐어짜기'식 실적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문별로 보면 회사 실적을 견인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DS) 부문의 고전이 두드러진다.
먼저 반도체의 경우 최근 PC 및 모바일 완제품 수요가 줄면서 D램 등 주력 메모리 반도체 값이 떨어져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4·4분기 D램 반도체 평균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5%가량 하락했다. 시스템LSI 역시 출하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6,600억원에서 3조원으로 6,000억원 이상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중심으로 한 중국발(發) 물량 공세에 속절없이 당했다. LCD 패널은 지난해 10월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매달 평균 6%씩 가격이 떨어질 정도로 가파른 내림세를 타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의 영업익은 같은 기간 9,3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의 하락세도 이어졌다. 3·4분기 2조4,000억원이던 영업익이 2조원 안팎까지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에서는 여전히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대당 이익률이 높은 고사양 스마트폰 대신 중저가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어 영업익 회복이 쉽지 않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을 맞아 재고 털이용 마케팅 비용을 늘린 것도 영업익 하락의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TV 등을 맡고 있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유일하게 실적이 상승 반전하며 체면을 세웠다. TV의 핵심 부품인 LCD 패널값이 하락한 게 CE 부문에는 호재가 됐다. 또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으로 TV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CE 부문의 4·4분기 영업익은 7,000억원 안팎으로 전 분기 대비 2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4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의 가격 하락세가 부담이다. D램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4·4분기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해 창고에 쌓여 있는 물량도 부담이다. LCD 패널 등 중국에 시달리는 제품은 공장 가동을 일부 조정하는 식으로 가격 약세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IM 부문은 갤럭시S7이 1·4분기 중 출시돼 4·4분기 수준에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