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 中 어설픈 정책이불신 키워… 글로벌 시장 더 짙어진 '금융스모그'

과도한 위안화 평가 절하… 상하이 증시 조기 폐장불러
서킷브레이커 철회했지만 "中 금융당국 통제력 잃었다"
시장 불안감·공포 여전해



세계 금융시장이 연초부터 중국발(發) 짙은 '금융정책 스모그'에 휩싸였다. 위안화 환율과 증시를 둘러싼 중국 당국의 갈지(之)자 정책 행보가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을 증폭시키면서 글로벌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정치적 갈등으로 국제유가 하락에 가속도가 붙은데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지정학적 위기 요인까지 가중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세계 유동 자금은 이미 안전자산을 찾아 대이동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일 상하이 증시의 조기 폐장을 이끈 원인은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고시 가격 0.51% 인하였다. 이날 시장의 최대 관심은 세계 증시 급락의 충격파를 몰고 온 위안화 절하가 그 파장을 예상한 충분히 준비된 조처였느냐였다. 급속한 경기 둔화에 시달리는 중국이 경제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연초부터 수출에 유리한 환율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점은 예상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날 평가 절하 폭은 시장을 화들짝 놀라게 할 만큼 과도했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이 같은 과도한 평가 절하는 '중국의 실물 경기가 얼마나 나쁘면 이처럼 다급한 조치를 취할까'하는 우려를 낳았다. 중국 역내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을 걱정한 중국 금융 당국이 허겁지겁 환율 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이 쏟아지면서 투매 현상이 빚어졌다.

중국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은 중국 증권 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이날 밤늦게 대책 회의를 소집한 뒤 부랴부랴 서킷브레이커(급격한 주가 변동을 막기 위한 거래 정지)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더욱 증폭됐다. 시장의 불안감은 다음날인 8일 상하이 증시에 즉각 반영됐다. 전날 충격적인 폭락을 겪었던 증시는 이날 장 초반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금융 전문가 프레이저 호위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의 엉망진창(shambles) 대응은 스스로 그 깊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블룸버그에 "서킷브레이커의 한도 제한폭이 지나치게 좁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다행이지만 그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상하이 빙셩자산운용의 리진위앤 이사도 "서킷브레이커의 철회가 급락 증시를 다소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시장의 불안감과 공포를 걷어내기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의 방향성을 뒤튼 것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인민은행은 전날보다 0.015% 낮추며(위안화 가치 절상) 올 들어 1.5% 이상 절하된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렸지만 시장은 여전히 위안화 가치의 지속적인 절하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중국 금융 당국의 이 같은 어설픈 아마추어식 정책 행보에 불신은 확대되고 있다.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투자자들은 시장이 중국 당국이 의도보다는 스스로의 방향성을 따라 흘러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경제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을 경고했다. 투자은행 노스스퀘어의 수석 연구원 올리버 배런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 금융 당국은 완전히 통제력을 잃어버렸다"며 "장기적은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 경제의 불안은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를 증폭시키며 국제유가의 하락을 부채질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급격한 외환 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중국 경제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원유 시장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빠른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갈등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원유의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70센트(2.1%) 떨어진 배럴당 33.27달러로 장을 마쳤다. 2004년 2월 이후 최저치다. WTI는 장중 한때 32.10달러까지 곤두박질치면서 30달러선 붕괴를 위협받고 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도 장중 43센트(1.3%) 내린 배럴당 33.80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브렌트유도 장중 한때 2004년 4월 이후 최저치인 32.16달러까지 내려앉았다. /홍병문기자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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