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중재 나서는 중국

"일대일로 차질 방지" 외교부 부부장, 2개국 잇따라 방문

시진핑 중국 주석의 이달 중동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극한대립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중재자로 나선다.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유지하고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중국이 양국 간 중재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경우 중동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장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사우디와 이란을 잇따라 방문해 지역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중동 지역의 긴장을 점진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여러 나라와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사우디·이란 양쪽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외교력을 쏟아왔다. 중국이 서방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에 대항해 출범시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양국을 창립 멤버로 끌어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입장에서 사우디와 이란은 안정적인 원유 공급과 '일대일로' 구축에 핵심적인 국가다. 사우디와 이란도 대규모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켜왔다. 특히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지지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했다.

하지만 중국이 종파 대립의 양상을 띠는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을 단시일에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사우디와 이란은 군사적 정면충돌만 없을 뿐 일촉즉발의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이란은 사우디 공군이 예멘의 수도 사나 주재 자국 대사관을 고의로 폭격했다고 주장하자 사우디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격했으며 7일에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사우디 반정부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 추모식 도중에는 "알사우드(사우디 왕가)에 죽음을"이라는 외침이 들리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 이란 정부는 사우디의 단교선언에 대한 보복으로 사우디 물품의 수입과 메카로 향하는 비정기 성지순례(움라)를 금지했으며 사우디는 이란에서 열리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자국 구단의 참가를 보이콧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