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기마민족 국가라 부르는 기원을 더듬다 보면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삼국의 건국 시조들이 말과 깊은 관련을 가진 대목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활을 잘 쏜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주몽은 부여에서 다른 왕자들의 시기를 받으며 마구간에서 일하다가 뛰어난 준마 한 필을 발견하고 잘 훈련시켰습니다. 그리고 때를 기다렸다가 준마를 타고 빠져나와 졸본이라는 곳에 새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우니 바로 고구려의 시작이었습니다.
고려의 문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그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재미있게 실려 있습니다. '금와왕의 아내이자 하백의 딸 유화는 해모수의 아들 주몽을 낳았다. 재주가 뛰어난 주몽은 나라를 세우려는 큰 뜻을 품고 있었으나 일곱 왕자들의 미움을 받아 왕실의 말을 기르는 신분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래서 유화는 주몽에게 부여를 떠나라고 종용했다. 그리고 먼 길을 떠나려면 반드시 준마가 필요하다며 아들을 데리고 마구간으로 가서 긴 채찍을 휘둘렀다. 이때 말들이 도망가는데 붉은빛의 말 한 마리가 사람 키의 두 배가 되는 난간을 뛰어넘으니 어머니의 지혜로 말미암아 이것이 준마, 즉 준기(駿驥)인 것을 알아챌 수 있게 됐다.'
주몽은 준마의 혀에 바늘을 꽂아 며칠 먹지 못하게 했고 준마는 심하게 야위었습니다. 목장을 순시하던 부여왕은 다른 살찐 말들과 달리 볼품없어 보이는 이 말을 주몽에게 주었습니다. 준마를 받은 주몽은 혀에서 바늘을 뽑고 다시 먹이를 주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은 뒤 벗들과 신속하게 부여를 빠져나옵니다. 주몽의 일행은 빠른 준마를 탄데다 강가에 이르러서는 하늘의 도움으로 물고기와 자라들이 다리까지 놓아주었기에 부여 군사들을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규보 역시 처음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했다가 영웅의 위대하고 성스러운 건국 이야기에 매료돼 대서사시로 읊기에 이른 것입니다. 오늘날까지 2,000년 넘게 전해오는 이 건국신화는 단순히 동명왕, 주몽이 고생 끝에 일어섰다는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거주하던 고구려 땅의 원거주민들을 제압하고 새롭게 등장한 지배계층이 전투적으로 우월한 기마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은유와 교화의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 큰 역할을 담당했던 주몽의 말이 이름을 남기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고려의 문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그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재미있게 실려 있습니다. '금와왕의 아내이자 하백의 딸 유화는 해모수의 아들 주몽을 낳았다. 재주가 뛰어난 주몽은 나라를 세우려는 큰 뜻을 품고 있었으나 일곱 왕자들의 미움을 받아 왕실의 말을 기르는 신분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래서 유화는 주몽에게 부여를 떠나라고 종용했다. 그리고 먼 길을 떠나려면 반드시 준마가 필요하다며 아들을 데리고 마구간으로 가서 긴 채찍을 휘둘렀다. 이때 말들이 도망가는데 붉은빛의 말 한 마리가 사람 키의 두 배가 되는 난간을 뛰어넘으니 어머니의 지혜로 말미암아 이것이 준마, 즉 준기(駿驥)인 것을 알아챌 수 있게 됐다.'
주몽은 준마의 혀에 바늘을 꽂아 며칠 먹지 못하게 했고 준마는 심하게 야위었습니다. 목장을 순시하던 부여왕은 다른 살찐 말들과 달리 볼품없어 보이는 이 말을 주몽에게 주었습니다. 준마를 받은 주몽은 혀에서 바늘을 뽑고 다시 먹이를 주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은 뒤 벗들과 신속하게 부여를 빠져나옵니다. 주몽의 일행은 빠른 준마를 탄데다 강가에 이르러서는 하늘의 도움으로 물고기와 자라들이 다리까지 놓아주었기에 부여 군사들을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규보 역시 처음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했다가 영웅의 위대하고 성스러운 건국 이야기에 매료돼 대서사시로 읊기에 이른 것입니다. 오늘날까지 2,000년 넘게 전해오는 이 건국신화는 단순히 동명왕, 주몽이 고생 끝에 일어섰다는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거주하던 고구려 땅의 원거주민들을 제압하고 새롭게 등장한 지배계층이 전투적으로 우월한 기마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은유와 교화의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름 큰 역할을 담당했던 주몽의 말이 이름을 남기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