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마케팅 전략까지… 중국 '짝퉁 본색' 여전

하이센스·TCL 등 노골적 베끼기

중국 가전과 모바일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지만 아직 '짝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도 적지 않았다.


디자인이나 기능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홍보 기법을 베끼거나 아예 노골적으로 한국 제품을 깎아내리는 마케팅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와 관람객들은 8일(현지시간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6'의 일부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악용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는 입간판을 통해 자사 제품 'ULED TV'를 내세우면서 LG전자의 'OLED TV'를 비교 모델로 삼았다. 물론 기술의 약자로 OLED와 ULED가 쓰이지만 비슷한 철자 배열은 소비자들에게 혼돈을 가져다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하이센스는 특히 입간판에 ULED와 OLED의 기능과 특징을 나열한 뒤 마지막 가격 부문에서 달러($)표시로 자사 ULED제품이 성능은 비슷하지만 OLED보다는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누가 봐도 LG전자의 OLED TV를 겨냥한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중국 가전업체 TCL은 부스 입구의 TV 디스플레이 조형물이 삼성전자와 유사했다. 커브드 TV를 연결해 천장에 각기 다른 길이로 매달아 놓은 것은 삼성전자 부스 입구의 퀀텀닷 'SUHD TV' 전시 구도와 사실상 같은 방식이다.

이는 TCL이 퀀텀닷 TV를 발표하면서 'QUHD TV'라는 브랜드를 쓴 것에서부터 짐작이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역시 혼돈을 주기 위해 삼성전자의 SUHD TV와 비슷하게 UHD(초고선명) 앞에 Q를 붙였다는 것이다. 다른 중국 가전업체들도 관람객과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하이센스나 TCL과 비슷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디자인과 기능을 본뜬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홍보기법과 마케팅 전략까지 베낀다"며 "중국 제품 중 몇몇은 우리 제품 패널에 중국산 부품을 붙여 재조립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향상돼 '대륙의 실수'가 '대륙의 실력'으로 입증되고 있다지만 이번 전시회의 중국 업체 행태를 보면 지적재산권(IP)에 대한 더 강력한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특별취재반 권대경기자 kw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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