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오는 3월 도입이 유력했던 기업공개(IPO) 등록제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새해 벽두부터 증시가 급락하면서 금융 관련 개혁조치의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는 섣부른 서킷브레이커(증시 급등락을 막기 위한 거래중지 제도) 도입으로 사흘 간격으로 두 차례나 증시를 조기 폐장하는 홍역을 치르면서 당분간 개혁보다는 시장안정에 방점을 둔 관리조치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0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말 이후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IPO 등록제와 관련해 준비기간을 최소 2주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증시 급락 대책으로 IPO를 전격 중단한 뒤 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찾자 4개월 만인 11월 이를 재개한 바 있다. 이후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으로 금융굴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자 상장제도를 심사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작업에 나섰지만 연초 증시가 다시 고꾸라지면서 등록제 도입시기 연기를 고민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대증요법을 펴는 중국 당국의 정책이 오히려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반응이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새해 첫 한주 동안 중국이 당국이 잇따라 내놓은 서킷브레이커 도입과 중단,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 대주주 매각조건 수정 등의 조치가 시장에 오히려 혼란을 주며 증시 급락의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장의 파장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이 같은 설익은 정책이 향후 중국 금융정책의 상시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 경기 둔화 요인에 더해 당국의 정책 비일관성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시장 동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단된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다시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시장불안 요인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서킷브레이커가 어떤 형태로든 결국 재시행될 것으로 9일 전망했다. 거래중단 기준이 되는 변동폭을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을 거친 뒤 재시행될 가능성이 크기는 하지만 서킷브레이커로 큰 상처를 받은 투심에 적지 않은 영향은 불가피하다.
중국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중국에서의 자본유출액은 8,43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자본유출액이 1조달러를 넘어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증시 급락 분위기 속에 위안화 평가절하에 무게를 둔 외국인은 자본유출에 속도를 붙이는 분위기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전달에 비해 1,079억달러 줄어든 3조3,300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한 해 전체로는 5,126억달러가 줄어 13.4%가 감소했다.
이 와중에 중국은 디플레이션 부담까지도 안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힌 지난해 한 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4%로 2014년 2.0%, 2013년 2.6%에 비해 하향 추세다. 중국 정부가 당초 지난해 목표로 삼았던 3% 상승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취훙빈 HSBC차이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요 둔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은 올해 중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