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국 스마트카 굴기, 신기루 아니다


"중국의 하이센스 본사는 삼성전자의 어떤 국내 공장보다도 훨씬 큰 생산기지입니다. 그 넓은 공장에서 스마트카를 양산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아찔하죠."

스마트폰·스마트카에 탑재되는 카메라 센서를 만드는 국내 중견기업 A사의 임원. 지난 6일(현지시간) CES 201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그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소상하게 얘기했다.

하이센스·패러데이퓨처 등 중국 기업이 전시한 스마트카를 둘러본 그는 "솔직히 중국은 한국을 염두에 두기보단 미국을 경쟁상대로 여기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A사는 중국 스마트카 산업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현재 상하이에 차량용 전자장비 거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는 이번 CES에서 중국 스마트카의 굴기를 목격했다. 중국계 전기차 기업 패러데이퓨처는 1회 충전에 480㎞를 달리는 전기차 콘셉트카를 내놓아 테슬라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인터넷 기업 러스왕(LeTV)은 영국 명품 차 애스턴마틴에 탑재될 스마트카 운영체제(OS)를 공개했다. 현장서 만난 러스왕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자체 스마트카도 개발한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기술 수준을 들어 "과대포장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가전부터 인터넷까지, 다양한 중국 기업이 다채로운 스마트카로 CES 현장을 누비는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산업 생태계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A사 같은 부품 기업들은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이에 비하면 한국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글로벌 완성차를 따라갈 뿐 선도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LG그룹은 이제서야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고 삼성전자는 막 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 주력산업인 스마트카 시장에서 시작도 하기 전에 중국에 밀려버릴 판이다. 기업과 정부 모두가 나서서 판세를 뒤집을 묘책을 짜내야 한다. 삼성·현대차·LG가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미묘한 긴장을 털어버리고 적극 공조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시간은 많지 않다. 1년 뒤 열릴 'CES 2017'은 중국에 차세대 스마트 산업의 패권을 그대로 넘겨줄지, 우리 기업들이 자존심을 지켜낼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산업부=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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