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가발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가발나라'는 해외 시장에서 나온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올해에는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에 더해 현지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 해외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과 인도네시아, 미국의 뷰티숍과는 제품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김덕현(34) 가발나라 대표는 "아프리카 지역 바이어들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 비해 해외 시장에서 패션 가발의 인지도와 수요가 더 높은 만큼 앞으로 수출 비중을 더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가발나라가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한류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인기를 끌자 전지현 웨이브 스타일 가발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최근엔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본 고객들이 배우 고준희 씨의 쇼트 컷 스타일 가발을 요청하고 있다. K 팝 열풍도 한몫한다. 아이돌 그룹의 패션을 따라하려는 고객들은 평소에 찾지 않던 금색 가발을 구매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리 회사 가발이 평균 시세보다 1만~2만원 비싼데도 한류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선호한다"며 "심지어 고객들이 한국어로 된 가발 설명서를 선호해 해당 국가 언어의 설명서와 함께 한국어 설명서를 이중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발나라의 또 다른 성공 비결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꼽힌다. 김 대표는 "해외에 패션 가발을 수출하던 기존 기업들은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을 택해 공장을 중국이나 인도에 뒀지만 우리 회사는 2005년에 세워져 후발주자였던 만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기에 공장을 국내에 두고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의 가발을 제조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사람들의 평균 머리 크기를 조사해 기성복처럼 가발의 사이즈도 규격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소비자들의 개별 니즈(needs)에 맞춰 500여가지의 가발을 공급하다 보니 해외 계약이 점점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모든 공정이 서울과 인천 등 국내 공장에서 이뤄져 생산 비용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고객 맞춤형 프리미엄 가발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 성공한 셈이다.
해외 매출이 늘어나면서 가발나라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의 문을 닫고 카페24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카페24의 글로벌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중국과 미국에 온라인 몰을 바로 오픈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며 "따로 관리할 필요 없이 계속 서비스가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돼 빠르게 변하는 웹 트렌드에도 뒤쳐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장의 비중이 80%를 차지하는 가발나라는 카페24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해외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김 대표는 조만간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제품을 개발해나갈 예정"이라며 "최근에는 사이트 내 게시판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해외 고객들을 위해 SNS 채널에서도 상담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도 늘릴 예정이다. 그는 "홍익대학교 앞 오프라인 매장에 3명의 헤어 디자이너를 두고 고객들에게 가발 스타일링과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