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난민정책 갈등 격화… 또 시험대 오른 메르켈

집단 성폭력 사태 쾰른서 "메르켈 아웃" "나치 아웃"
난민수용 놓고 찬반 시위
"범죄자 즉각 추방 허용"… 메르켈, 사태 수습 나서

대규모 난민 수용정책으로 타임지 등 주요 외신들로부터 '2015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12월31일 독일 쾰른에서 새해맞이 행사 도중 발생한 난민들의 집단 성폭력 사태로 9일(현지시간)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는 등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메르켈 총리도 관련 법을 강화해 범죄를 일으킨 난민을 즉각 추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날 AF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집단 성폭력 사태가 발생한 독일 쾰른 대성당 주변에서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극우 시위대의 시위와 이들을 비난하는 맞불 시위가 열렸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 등 극우 시위대 1,700여명은 집단 성폭행의 범인 상당수가 난민이라는 점에서 '강간(rape)'과 '난민(refugee)'을 합성해 'Rapefugee는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또 난민을 수용하는 정책을 폈던 메르켈 총리를 겨냥해 "메르켈 아웃" 등의 구호를 외치고 독일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한 페기다 회원은 "메르켈은 독일에 위험이 됐으며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외쳤다.

극우 시위대를 비난하는 시위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맞불 집회에 나선 시위대 1,300여명은 페기다 시위대를 향해 "나치 아웃"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파시즘은 대안이 아니다, 파시즘은 범죄'라고 쓴 팻말이 등장했다. 이 시위에 참가한 에밀리 미첼스(28)는 "페기다가 끔찍한 성폭력 사건을 악용해 자신들의 인종차별적인 허튼소리를 퍼뜨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31일 쾰른 중앙역 광장과 대성당 주변에서 새해맞이 행사 도중 추행과 폭행·강도·성폭력 등 379건의 범죄행위가 접수됐으며 이 중 40%가 성폭행 사건이라고 독일 경찰은 밝혔다. 또 지금까지 확인된 용의자 다수는 난민 신청자 등 외국인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독일 현지 보도를 통해 지난해 11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던 메르켈 총리가 이제는 독일의 관용에도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압박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메르켈 총리는 난민 범죄자 추방을 쉽게 하도록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며 "법률이 충분하지 않다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법규를 위반하면 망명이나 거주권 신청을 제한해야 한다"며 "이는 독일 시민뿐 아니라 다수의 무고한 난민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독일 법률로는 난민 지위를 신청한 경우 징역 3년형 이상을 선고 받고 송환 시 안전이 위협 받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어야만 모국으로 추방할 수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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