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4차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 의지를 표명하는 대신 원칙론적인 입장을 보여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대북 압박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를 받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수위를 높이거나 중국의 독자적인 제재가 절실한데 중국이 그럴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0일 KBS 일요진단에서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이 대외적으로 약속했던 '북핵 불용'의 원칙, 결연한 반대의 입장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윤 장관은 지난 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대북 결의가 채택되도록 협력하자고 제안했으나 왕 부장은 북핵과 관련한 기존의 원칙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을 뿐 제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태도는 내심 중국이 강경하게 나오기를 바라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소극적인 것으로까지 읽힐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초 예상됐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전화통화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제사회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분명한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 주석이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미국·일본·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 정상 중 누구와도 통화를 하지 않은 점에서도 박 대통령과의 접촉 역시 힘들어 보인다.

중국은 북한 김정은 정권을 관리할 필요성은 있지만 정권 붕괴 수준의 제재는 자국에도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또 북핵 문제를 빌미로 한미일이 3각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 역시 중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보유가 중국의 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만큼 중국도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중국 지린대 국제관계연구소의 쑨싱제 한반도 문제 전문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다른 적을 겨냥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핵폭탄이 북한 영토에서 폭발하는 경우 중국은 더 실제적인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쑨 교수는 "중국이 이번 문제에 대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중국이 유엔 제재 결의안을 지지하거나 자체적인 제재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