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률 전망치 손대는 한은, 시험대 오른 금리정책

한국은행이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연초부터 북한 핵실험에 중국발 악재, 중동 정세 불안, 유가 급락 등 대형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내수 회복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민간 연구소나 글로벌 투자은행들 상당수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잡고 있다. 일부에서는 2.2%까지 내렸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조건이라면 한은이 기존 3.2%에서 3% 미만으로 내려도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금리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 한은에 대해 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질 게 뻔하다. 올해 우리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혹독한 한파에 시달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으니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정책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금리를 낮춰도 경기 회복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게 최근의 평가다. 오히려 가계와 기업 부채만 잔뜩 부풀리는 부작용만 낳았다. 이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등과 맞물려 자본 유출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한은이 선뜻 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기도 힘들다. 돈줄을 죄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더 힘들게 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가계 빚을 폭탄으로 되돌려줄지도 모른다.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래저래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기준금리의 향배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작금의 대내외 환경이 금리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섣불리 금리를 건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게 옳다. 경제가 부실하면 그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소비와 투자는 줄고 해외자본은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구조개혁과 소득증대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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