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회사 매출이 하락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올해는 반드시 매출 7조원을 회복하겠습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맏아들인 조현식(사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은 2016년을 가장 중요한 해로 꼽았다. 회사가 3년 연속 매출 역성장을 기록하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는 새해 회식 자리에서 건배사를 "7조, 파이팅"으로 외칠 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영업이익을 많이 내는 질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3년 이상 매출 하락세를 거두면 되돌릴 수 없는 경영침체에 빠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조 사장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양적 성장을 위해 한국타이어는 미쉐린을 쫓는 고급브랜드로, 출시 3년 차를 맞는 중저가 브랜드는 '라우펜'은 급성장하는 중국 타이어를 견제하는 방편으로 삼겠다"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른바 '판매 투트랙(two track)'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선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 한국타이어는 '라우펜'을 올해 처음 유럽시장에 출시한다. 북미·중국에 이어 세 번째다. 유럽 지역 내 한국타이어의 매출액은 지난 2011년 약 1조5,000억원에서 2014년 1조9,510억원으로 25%가량 성장할 만큼 주목받는 시장으로 꼽힌다.
그가 위기감을 높이며 올해를 중요한 해로 꼽는 이유는 한국타이어가 2013년 역대 가장 높은 7조692억원의 매출을 올린 후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성장세가 꺾인 회사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있던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 자리를 맏형이 맡으면서 책임감은 더욱 막중해졌다. 지난해 역시 중국 시장 침체,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며 2014년 6조6,795억원보다 낮은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여러모로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중요한 해로 꼽힌다. 약 8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공장이 올해 말 완공되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테네시 공장이 완공되면 전 세계 주요 거점에 한국타이어 공장이 돌아가게 된다"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에 공급하는 한국타이어와 보급형 '라우펜' 공급이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완공을 목표로 대전 대덕단지에 짓고 있는 최첨단 하이테크 신축 중앙연구소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또한 한국타이어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조 사장은 "테크노돔은 한국타이어의 기술 리더십을 한 차원 높여줄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친환경 하이테크 연구시설을 갖추고 최적의 연구환경을 통해 혁신적인 원천기술과 미래 드라이빙을 선도하는 타이어 기술력의 보고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중동이다. 한국타이어는 1994년 두바이지점을 개설한 후 중동 지역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이란 시장을 올해 공략한다. 특히 경제제재 속에서도 유럽·일본 브랜드를 제치고 현지 수입 타이어 중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그는 "지난 6년간 꾸준히 시장점유율 8%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란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판매를 확대해 수입 브랜드 1위로서 시장 점유율을 18%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여기에 최근 '신시장개척팀'을 신설해 한국타이어가 진출하지 못한 40개 국가를 노린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한국타이어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는 '별동대'를 구성한 셈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판매가 취약했던 동부 및 서부 아프리카 시장을 집중 공략해 현지 판매 네트워크 구축 및 판매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미진출 국가를 대상으로 판매 확대를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관련 산업에 대한 인수합병(M&A)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KT렌탈 인수전에서 인수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인수전에서 한 발 뺏던 조 사장은 "KT렌탈은 아쉬운 매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금액이 너무 높아져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라비스테온공조(현 한온시스템)처럼 자동차 관련된 기업은 좋은 기업이 M&A 대상으로 나오면 적극 인수에 나설 것이며 해외 업체도 좋은 곳 있으면 반드시 살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