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혁명] '소프트뱅크 연합군' 영역 확대 잰걸음

알리바바·폭스콘·IBM과 제휴
제조 비용보다 낮게 보급하며 이용요금·앱판매로 수익 노려

20160106_145204
일본 어린이들이 도쿄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매장을 찾아 감정 인식 로봇 '페퍼'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강국인 일본에서 최근 급부상한 업체가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6월부터 감정 인식 로봇인 '페퍼'를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있다. 페퍼는 매달 1,000대가량이 생산되자마자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지난해에만 1만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原宿)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오모테산도점에서 만난 페퍼는 기대 이상으로 영리했다.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내방하는 고객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어떤 휴대폰을 구입하려고 하느냐"는 페퍼의 물음에 고객이 "아이폰"이라고 답하면 "좋은 제품이다. 매장에 다양한 제품이 있으니 잘 골라보라"고 말하는 식이다.

페퍼는 카메라와 마이크로폰을 통해 사람의 몸짓과 목소리를 읽어내 감정을 인식하고 대화한다. 머리와 손에 달린 터치센서를 통해 사람과의 접촉을 즐긴다. 시즌에 맞춰 크리스마스 캐럴 등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춘다. 게이코 스즈키(鈴木希衣子) 부점장은 "개인이 구입하기도 하지만 은행·음식점과 노인요양시설 등 법인용으로도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페퍼의 대당 가격은 19만8,000엔(한화 약 200만원). 제조 비용보다 낮게 책정된 가격이다. 밑지고 파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기간 내 보급을 늘린 뒤 이용요금과 애플리케이션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휴대폰처럼 페퍼 구매자는 월정액의 이용요금을 내야 하고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앱을 구입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로봇 사업을 위해 2012년 페퍼를 개발한 프랑스의 로봇 개발 회사인 알데바란을 1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아이폰을 만드는 대만 폭스콘과 함께 조인트벤처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홀딩스를 설립했다. 인공지능 로봇 비즈니스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대만의 유력 정보기술(IT) 업체가 동맹을 맺은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에는 미국 IBM과도 제휴를 맺고 페퍼의 두뇌로 IBM의 학습용 컴퓨터인 '왓슨'을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페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미국과 유럽 등 해외 판매도 시작할 예정이다.

김문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사업단 연구위원은 "소프트뱅크나 구글이 무서운 것은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기업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서비스용 로봇은 구조적으로 플랫폼을 선점한 업체가 나중에 큰돈을 벌게 돼 있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성행경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