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한국] 1600억달러 건설 시장, 중동 수주 '가뭄속 단비'

건설사 지사설립 등 진출 가속
신규 프로젝트 발굴도 나서


극심한 해외수주 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건설 업계에 앞으로 빗장이 풀리는 이란 건설 시장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다.

건설 업계는 현재 저유가로 재정상황이 악화된 산유국들이 플랜트 발주를 잇따라 취소하거나 미루면서 과거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중동 지역 수주액은 165억달러로 2014년(314억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경제제재가 풀릴 이란이 대규모 건설·플랜트 발주에 나설 경우 침체된 중동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사 설립 등 이란 진출 속도 내는 건설 업계=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이미 이란 제제 해제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이란 테헤란에 지사를 다시 열고 직원 두 명을 파견해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테헤란에 지사를 두고 있는 대림산업도 입찰정보 확보 및 현지 동향 분석 등 영업력을 강화하는 한편 오랜 기간 현지에서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신규 프로젝트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역시 테헤란에 본사 직원을 파견해 이르면 1·4분기 중 현지지사를 설립한다는 목표다. 한화건설의 경우 이란 현지 대형 업체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토건 분야 진출을 검토 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건설사들도 이란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기존 중동 주력시장이 저유가에 따른 재정난으로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이란 시장 개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1,600억달러 새 건설 시장 열린다=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의 자원 부국으로 에너지·인프라 등 건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제재가 시작되기 전인 2009년만 해도 이란은 우리나라의 5대 해외건설 시장이었지만 제재의 영향으로 2010년 이후 사실상 수주가 끊긴 상태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제제 해제 이후 250억달러 규모의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을 비롯해 총 1,600억달러 규모의 건설·플랜트 사업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우스파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으로 제재 이전 공사를 수행했던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등 국내 건설사들이 재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권명광 해외건설협회 지역2실 팀장은 "이란이 우선 노후화된 원유·가스 설비의 개선사업을 추진한 뒤 추후 신규 플랜트 건설에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이란 정부가 사업 발주 시 금융조달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고병기기자 jylee@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