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다시 치고 올라갈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대선 경선의 초기 경합지역 여론조사에서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면서 역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NBC와 공동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뉴햄프셔주에서 지지율 50%를 기록하면서 46%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앞섰다. 뉴햄프셔주는 다음달 9일 예비선거(프라이머리)가 진행되는 지역으로 대선 초기의 민심을 보여주는 '풍향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WSJ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다음달 1일 민주당 당원대회(코커스)가 열리는 아이오와주에서도 지지율 45%를 기록해 클린턴 전 장관(48%)과 팽팽한 양상을 보였다. 신문은 그동안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밀렸던 샌더스 의원이 이번 발표로 지지세를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역전 드라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보다 공화당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공화당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와의 가상대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48%대40%(아이오와), 45%대44%(뉴햄프셔)로 앞섰지만 샌더스 의원은 51%대38%(아이오와), 56%대37%(뉴햄프셔)로 더 큰 격차를 보였다.

민주당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독주구도가 약해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 중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판단을 미루는 모양새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NBC 시사 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과거에 그랬던 것과 같이 후보가 정해지면 그다음에 대통령이 나서게 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맥도너 비서실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샌더스 상원 의원을 상원의 다른 의원들과 함께 비공개로 면담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