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과 동남아시아권을 겨냥해 막무가내식 국제선 늘리기에 나서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이 신규 노선 개척보다는 기존 노선 갉아먹기에 집착해 심지어 2만원짜리 국제선 왕복항공권까지 등장하는 등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11일 부산지역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LCC의 김해공항 국제선 노선 취항 건수는 총 18건으로 이 중 베트남 다낭 등 새로 개척한 5개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은 이미 타 항공사가 개설한 노선이었다. 김해공항에는 5개 국적 LCC 가운데 에어부산,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이 취항하고 있는데 항공사들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신규 노선 보다는 기존의 '돈 되는 노선'에만 집중적으로 취항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신규 취항한 6개 노선 가운데 1개 노선(16%)만 신규 개척했고 진에어도 같은 기간 5개 노선 중 1개 노선만 새로 개척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2개 노선을 취항했으나 새롭게 개척한 노선은 없다. 그나마 에어부산은 지난해 취항한 5개 노선 가운데 예지, 장제제, 다낭 노선을 신규개척했다.
이처럼 LCC들의 '기존 노선 갉아먹기' 전략이 확산되면서 김해공항과 일본 오사카 노선의 경우 에어부산, 대한한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피치항공 등 국적항공사를 포함한 6개 항공사에서 하루 11편이나 왕복운항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LCC 입장에서 20만~30만원을 받아야 하는 부산-오사카 왕복 항공권 가격이 적정가의 10분의 1 수준인 2만원에 나오기도 하는 등 심각한 출혈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이용객들에게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누군가가 포기하고 노선을 철수하기 전까지 과열 경쟁이 계속되는 치킨게임의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는 결국 시장교란으로 인한 LCC의 공멸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LCC들의 잇따른 취항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 넓어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는 지역 시민들이 인기노선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여전히 인천공항을 통해서 나가야 하는 등의 불편은 그대로 존재한다"며 "또 LCC간 노선이 겹치면서 과다 경쟁으로 인한 요금 출혈로 안전이나 서비스가 소홀해질 수도 있어 결국 소비자와 항공사 모두가 손해보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