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소비지출은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과 비교해 6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가구가 되면서 소비지출을 대폭 줄인 데 따른 결과로 이는 미국·일본의 소비지출 감소 폭보다 2~3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소비지출이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급감하는 것은 낮은 국민연금 수급액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한국, 미국, 일본 노인가구의 소비지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한국의 노인가구 평균 소비지출(161만6,588원)은 전체 가구 평균(255만1,057원)의 63.37%였다. 노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보다 36.63% 적은 셈이다. 이는 미국(18.43%), 일본(13.11%)의 노인가구와 비교하면 2~3배나 많은 것이다.
이 같은 한국 노인가구의 급격한 소비지출 감소는 소득 감소 폭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 대비 노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한국이 63.93%로 미국(71.75%), 일본(81.57%)보다 크게 낮았으며 노인가구의 평균 소득은 각 나라의 공적 연금 수준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2013년 기준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급액은 전체 가구 월 평균 소득의 16.31%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사회보장연금(OASDI) 평균 수급액이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의 34.59%였으며 일본의 경우 후생연금과 노령연금 수급액이 전체 가구 월평균 소득의 64.77%에 달했다.
이 같은 차이는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1988년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시작해 평균 수급액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1930년대, 일본은 1940~1950년대 공적연금을 시작했다.
한국 노인 가구의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식료품이나 주거·보건에 대한 지출 비중이 컸다. 노인가구는 소비의 19.7%를 식료품·비주류 음료에, 14.4%를 주거·수도·광열에, 10.7%를 보건에 사용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각각의 비중인 13.8%, 10.4%, 6.6%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오락·문화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전체 가구의 5.8%보다 낮았다.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공적 소득보장 체계는 아직 미성숙돼 노인 가구의 소득 및 소비 지출의 수준이 크게 낮다"며 "노인 인구 중 공적연금 수급 대상의 비율이 커지고 가입기간이 늘어나 급여 수준이 올라가면 노인 가구의 소비생활 수준도 점차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