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플랜트 표준화" 정공법 택한 조선… 신차 내세워 공격 마케팅 나선 자동차

■ 유가 급락에 부산한 기업들
LG전자 "시장 지배력 높일 기회" 중동 겨냥 超프리미엄 제품 집중
주머니 두둑해진 정유·석유화학… M&A 선제적 투자로 미래 준비


전례 없는 저유가에 기업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쁘다. 저유가를 극복하거나 이용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조선·철강업체가 저유가로 인한 타격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가운데 저유가로 손에 쥔 수익을 미래 성장에 투자하기 위해 바쁘게 투자처를 찾는 업종도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저유가의 위협을 이겨내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 품질 개선과 표준화로 적자난을 해소하기로 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전략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추진 중인 해양플랜트의 설계 표준화다. 저유가 시기에는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대폭 축소한다. 이는 국내 조선업계 빅3가 겪고 있는 적자난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3사는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오일 메이저까지 접촉해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발주처와 프로젝트별로 다른 자재 사양·설계를 통일하는 작업이다. 공사 기간을 줄이고 작업을 효율화해 저유가 같은 외부 요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체질로 바꾼다는 취지다.

자동차·전자 분야 기업들은 저유가로 인한 중동 지역의 수요 침체를 오히려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저유가는 산유국들의 경기침체와 수요 부진으로도, 혹은 연료비가 저렴해진 데 따른 수요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일단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수요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세를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유가 급락으로 중동 판매가 급속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 지난해 11월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8%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판매 부진을 만회할 방법을 찾고 있다.

최대 무기는 역시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EQ 900'이다. 현지 부호들이 대상인데 마진이 커 기대 또한 높다.

LG전자는 중동 부호들을 겨냥한 초(超) 프리미엄 제품을 집중 출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인한 중동의 수요 침체는 가전 기업들의 진짜 경쟁력을 가리는 시험대이기도 하다"며 "기술력을 앞세워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정유·석유화학처럼 오히려 저유가로 웃는 업종도 있다.

이들은 저유가로 타격을 입은 업종과 달리 공격적인 투자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두둑해진 주머니로 인수합병(M&A), 신사업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런 때일수록 기존의 정유·화학 외의 사업에 투자해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단 인식이 강하다"며 "올해에는 스몰 딜이든, 빅딜이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미리 대규모 M&A와 투자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상태다. 삼성의 화학 사업을 나눠 인수한 한화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은 각각 3조원, 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굵직한 M&A는 대부분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스몰 딜이 곳곳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 위주의 사업 구조로 지금 같은 실적을 내는 것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다"며 "사업 재편에 나서는 기업이 많은 만큼 작은 규모의 M&A라도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주희·임진혁·이종혁기자 ginger@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