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대세는 '쿡방'? '집방'·'펫방'으로 바뀐다 전해라~

'집에서 최소 소비로 최대 만족'… 저성장시대 플랜Z 성향 반영
셀프 인테리어·집수리 방송 늘어 반려동물과 교감 '펫방'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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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내 방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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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
JLBC '헌집 줄게 새집 다오'
JTBC '마리와 나'


지난 2015년은 '쿡방'이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였다면 올해는 '집방'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쿡방과 집방을 관통하는 트렌드는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의 만족을 얻는다는 개념의 이른바 '플랜Z'다. 저성장 시대의 빠듯한 살림에 맞춰 개성 있는 나름대로의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대중의 심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플랜Z란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먼이 그의 저서 '최악에 대비한 최후의 방안'에서 언급된 개념으로 '최후의 보루,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계획'이라는 의미다. 최근 몇 년 간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이끌어간 JTBC와 tvN이 '집방'을 주도하고 있다.

우선 JTBC는 인테리어 대결 형식의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방송 중이다. 요리 대결로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테리어 버전인 셈. 출연자의 방을 스튜디오로 그대로 옮겨와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출연자의 취향과 생활을 고려한 '셀프 인테리어'를 제시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99만원 한도 내에서 패널들이 인테리어를 완성해야 하는 대결 형식을 빌려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부담까지 덜었다. tvN '내 방의 품격'은 인테리어 관련 정보 토크쇼의 형식을 가미해 스튜디오에 진행자·인테리어 전문가·집을 직접 꾸민 주인공 등이 출연해 팁을 전수한다. 또 채널A는 농촌의 낡은 집을 수리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을, XTM은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 등을 선보이고 있다.

방송사들이 이처럼 앞다투어 '집방'을 편성하는 데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집 나가면 다 돈이다'라는 생각이 확고해지면서 집을 꾸미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재미를 찾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집 내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국내 홈 퍼니싱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원, 2014년 12조5,000억원이며 2023년에는 1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갑이 얇아지고, 삶이 고단해 지면서 집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따라서 집에서 놀기 위해 더욱 집을 싼 가격에 안락하게 꾸미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흐름이 방송에 반영돼 지난해부터 큰 돈 들이지 않고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쿡방' '집밥' 등이 방송의 트렌드를 이끈 것이며, '집방'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고 전했다.

또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반려견은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받고 있는 데다 '집'에서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집이 주요 휴식처이자 놀이처로 부상되고 있는 요즘 이에 발맞춰 반려동물과의 생활을 다룬 '펫방'도 잇달아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채널A는 주병진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개밥 주는 남자'를 방송 중이다. 57세의 독신 방송인 주병진이 웰시코기 삼형제을 키우며 가족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았다. 집에서 누군가를 위해 차려본 적이 없는 밥상을 반려견 삼형제를 키우면서 '교감'을 통한 존재감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주병진 외에도 농구해설위원 현주엽, 배우 김민준 등이 자신의 반려견들과 출연 중이다. 또 JTBC는 출장 등으로 주인이 떠난 사이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위탁서비스를 해주는 '마리와 나'를 방송 중이다. 강호동·심형탁·은지원·서인국 등이 출연해 주인이 없는 사이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아빠'로 출연 중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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