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이란이 핵합의에 따라 원자로의 핵심 시설을 제거하고 있다며 조만간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할 것임을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소재 국방대학교 연설에서 “이란 외무장관이 바로 어제 (아라크) 플루토늄 원자로의 ‘칼란드리아’(원자로 용기 내에 있는 압력관)를 제거했고 수 시간 안에 콘크리트로 채워 폭파할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이란의 핵프로그램 축소를 충분히 입증하고 이에 맞춰 이란에 대한 제재를 풀기 시작하는 ‘이행일’(Implementation Day)은 다가오는 며칠 내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워싱턴 정가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오는 15일 또는 16일께 제재 해제가 선언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란 핵협상에 참여했던 서방 6개국의 한 고위 외교관도 AP에 “금요일(15일)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서방 외교 소식통 역시 로이터통신에 “제재 해제를 위한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준비는 끝났으며 이제 버튼을 누르는 문제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도 이날 이행일이 오는 16일 또는 17일에 공식 선언될 것이라고 밝혀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안(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활동 제한 의무 이행 여부를 검증하는 즉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는 이행일이 시작된다. IAEA의 최종 보고서는 15일 공개되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공동 기자회견 형식으로 이행일을 공식 발표한다고 아락치 차관은 전했다.
이처럼 미 행정부가 이란 제재 해제를 준비 중인 가운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미 하원은 이날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완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란 테러금융 투명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91명, 반대 106명으로 통과시켰다. 스티브 러셀(공화·오클라호마)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에 앞서 의회 검토를 거치고 제재 해제 시 그 대상자 또는 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서면 보증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이 행정부로 넘어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케리 장관은 이날부터 15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영국 런던을 방문해 그곳에서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과 회동한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두 장관은 회동에서 이란 핵합의 이행 문제와 더불어 사우디-이란 양국 간 갈등, 시리아 내전 종식 협상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