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대신해 감정을 전달하는 제 2의 언어, 인간만이 가지는 특유의 감성 표현 방식. 바로 표정이다. 상대방에게 즉각적으로 노출된다는 이유로 표정은 늘 사람들 관심의 대상이 된다.
서울경제썸이 ‘당신의 표정은 어떠신가요?’을 주제로 직장인 50명을 대상으로 표정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좋은 표정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97.7%를 기록했다. 반면 ‘자신의 표정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본 경험이 있냐’라는 질문에는 40.9%가 ‘그렇다’, 27.3%가 ‘생각나면 한다’고 답변했다.
■ 살아있는 표정과 죽은 표정, 가르는 기준이 따로 있나?
사람의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의 가짓수는 36개. 이 가운데 사람이 가장 많이 짓는 것은 행복, 슬픔, 놀람, 혐오, 분노, 공포 등 6가지 감정이 드러난 표정으로 압축된다. 감성공학 분야 전문가 황민철 상명대 디지털미디어 교수는 “화를 내든, 미소를 짓든 다양한 표정은 누구나 조금만 연습하면 가꿔나갈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실감나게 전달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말한다.
황 교수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내적인 감정 상태와 외부에 드러나는 표정이 일치될 때를 살아있는 표정, 즉 좋은 표정으로 규정한다. 뇌와 심장에서 공통으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이 표정으로 표출될 때 그 감정이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확률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만일 습득된 표정이라면 실제로 웃는다고 해도 상대가 진실된 표정으로 인식하긴 어렵다”며 “두 표정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건 내적 동기와 표정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따라 갈린다”고 말했다.
아바타를 만들어 표정을 짓게 하는 실험에서 아바타가 다양한 표정을 지어도 제대로 감정이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바타에 인간의 6가지 기본 감정을 입력했을 때 그 표정은 좀 더 ‘실감나게’ 전달됐다.
■ 좋은 표정을 만드는 것은 의지만으로 가능할까?
‘좋은 표정과 성공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94%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좋은 표정, 살아있는 표정을 갖는 것은 의지와 노력으로 가능한 걸까.
하월산 정토사 스님은 “본래 사람은 이미 정해진 얼굴 골격이 있어 표정을 바꾼다는 건 어렵고 바꿀 수 있다 해도 30% 내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정에 있어서 이미 형성된 얼굴 골격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집에서 인테리어는 바꿔도 기둥과 석가래는 쉽게 바꿀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하지만 마음의 변화, 즉 집안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방식으로 표정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순 있다. 이성이 아닌 감성에서 나오는 자율신경계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월산 스님은 “표정에는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수의적 표정과, 의지가 있어도 달라지기 힘든 불수의적 표정이 있다. 얼굴 근육 가운데 머리 덮개 끈, 이마, 눈설근 등을 사용해 지을 수 있는 수의적 표정은 트레이닝을 통한 변화가 쉽다. 반면 불수의적 표정은 교감신경과 연결되는데 교감신경은 땀샘이나 침샘 등 자율신경계의 영역이기 때문에 적당한 노력만으로는 변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좋은 표정을 짓는다는 것. 즉 이성과 감성의 조화는 평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황 교수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감동적인 표정은 내적으로 감동을 느껴서다. 따라서 굳이 표정을 연출하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며 ”결국 얼마나 자신이 느낀 감정을 진실되게 담아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수현기자 movingsh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