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유가… 흔들리는 수출] 유가 30弗 붕괴 현실로… 두세달 더 하락땐 수출성장판 닫힐수도

3대 유종 올들어서만 18~19% 수직낙하… 추가급락 비관론 확산
개도국 통화가치 함께 떨어져 고환율 흐름도 수출에 보탬 안돼
"수입·수출단가 동시 하락… 교역규모 1조 달성 올해도 버거워"

코스피 1900 턱걸이, 원달러 환율 1213원18
원·달러 환율이 14일 글로벌 증시 불안 여파로 9원40전 오른 1,213원40전으로 마감해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권욱기자



국제유가 변동을 주도하는 세계 3대 원유 가격의 배럴당 30달러 붕괴가 현실화하면서 우리 수출이 회복의 생살이 돋기도 전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당장 가파른 유가 하락에 올 들어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됐던 석유화학·석유제품의 단가 하락이 그칠 줄 모르고 있고 중동·러시아·브라질 등 자원 부국으로의 수출도 감소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최근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도 우리 기업의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올해 수출이 최악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2~3%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마저 제기된다.

정부는 그간 우리 수출 회복의 최대 변수는 유가라고 누누이 밝혀왔다. 그런 만큼 최근 국제유가의 가파른 추락에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26.49달러까지 내려왔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30달러에 턱걸이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장외거래에서 지난 2004년 4월 이후 처음으로 30달러 밑에서 거래됐다. 앞서 WTI도 전날 장중 30달러가 깨져 사실상 3대 원유가 모두 30달러를 지켜내지 못했다. 실제 올 들어 13일까지 3대 원유의 하락폭은 18~19%에 이른다.


시계를 더 넓히면 유가의 내림세가 수직낙하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1월만 해도 유가는 배럴당 평균 105달러 내외였지만 지난해 1월에는 45~49달러로 떨어졌고 현재 유가 수준은 1년 전보다 40% 넘게 하락했다.

문제는 세계적인 수요 부진이 여전한 상태에서 재고가 많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에 이란의 원유 수출도 곧 재개돼 유가가 떨어질 유인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월가에서는 10달러대까지 추락한다는 시나리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세가 이어지면 올 초 정부가 내놓았던 전년 대비 2.1% 수출 성장 전망도 위태로울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유가가 '상저하고'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생각 외로 더 빠지고 있다"며 "최근 흐름이 2~3개월 지속되면 조선·철강 등의 업종은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도 "수입·수출 단가 하락으로 무역 규모 1조달러 달성이 2년 연속 버거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상품 수출이 당초(2015년 10월) 2.8% 증가에서 0.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교역 규모 역시 1조달러를 밑돌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만 수출환경이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난해만큼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환율 흐름도 수출에 보탬에 되지 못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지만 개발도상국 통화 가치는 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4거래일 동안 1.09% 평가절하를 단행했던 1월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주 대비 2.32% 오른 반면 같은 기간 터키 리라화, 멕시코 페소화의 평가절하폭은 각각 2.59%, 3.27%에 달했다.

무엇보다 수출 부진의 결정적 요인이 환율보다는 글로벌 수요 위축 때문이라는 점도 고환율 효과가 상쇄되는 원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이 수출 개선을 위한 정책수단이 되기 어렵다"며 "세계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라 환율이 올라도 특별히 수출이 나아지기 힘든 구조"라고 진단했다. 조 실장도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우려된다"며 "중국 내수가 어렵다 보니 철강 등의 업종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물량이 안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세계 시장으로 쏟아져 우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다. 정부는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과 일부 신흥시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새 기회가 열리고 있는 인도·이란 등과 올해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2년 차가 된 중국·베트남·뉴질랜드 등이 공을 들여야 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정부는 다만 저유가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되는 것도 경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내리고 기업의 원가 부담도 덜 수 있다"며 "우리 수출의 17%가량을 차지하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업종도 수출은 줄어도 지난해 이익은 최대를 기록한 데서 보듯 면밀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상훈·김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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