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중국 증시가 폭락했을 당시 기자는 '그래도 중국 경제의 성장을 믿는다'는 제목의 칼럼을 썼었다. 6개월이 지나고 새해 벽두부터 폭락하는 시장을 보며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꿀 생각은 없다. 최근의 성장 둔화가 개혁의 '성장통'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실물경제 둔화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도 중국 경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그래도 중국 경제를 믿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은 중국 증시는 이런 신뢰를 바닥부터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경제의 신뢰가 무너진 것은 정책 입안자, 시진핑 정부의 '조급함'이 만들어낸 자충수다. 지금까지 중국 경제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받은 것은 강력한 통제수단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시장의 변화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리 급해진 걸까. 시진핑 정부는 중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은 묘한 자만심으로 변해 정제되지 않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아직 중국 시장은 개혁 정책들을 한꺼번에 받아들일 만큼 탄탄하지 않다. 올해 초 도입된 서킷브레이커(주식일시거래정지)는 폭락장에 투매를 불렀다는 비판을 받으며 제도시행 7일 만에 폐지됐다. 서킷브레이커 폐지과정에서 제도를 도입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시장에 대한 오판이기도 하지만 시장에 대한 자만심과 착각이 불러낸 결과다. 증시개혁의 상징으로 불리는 기업공개(IPO) 등록제 도입 연기도 중국 증시 체력에 대한 착각이 빚어낸 정책 오류다. IPO 기업을 심사해 허가하는 중국의 기존 IPO제도는 상장로비에 의한 부패와 국유기업에만 몰리는 심사비준 관행 때문에 증시 개혁 대상 1호로 꼽혔다. 하지만 IPO 완화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서는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당초 지난해 시행을 목표로 추진됐던 IPO 등록제는 주가 폭락으로 연기됐다가 중국 정부는 올 3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작업을 하겠다며 이례적으로 시기를 못박았다. 물론 증시 개혁에 IPO 등록제는 중요하다. 그렇다고 하락장 악재에 악재를 더하는 상황을 굳이 시기까지 정해야 했을까.
대륙은 착각에 빠졌다.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되고 런던·프랑크푸르트 등 유럽에 이어 뉴욕까지 위안화 거래소와 청산소를 만들겠다고 하니 달러에 이어 위안화가 세계 2위 화폐로 올라선 듯 우쭐한 모습이다. 자만심은 곧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수출 경기부양을 위해 나선 위안화 평가절하는 예상을 뛰어넘는 자본유출로 이어졌다. 결국 인민은행은 역외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위안화 방어에 나섰다. 갈팡질팡하는 환율정책에 자본계정의 위안화 자유태환과 환율 시장화 등의 개혁은 먼 얘기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샤오미를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요즘 '메기'라고 부른다. 오랜 기술개발과 마케팅으로 만들어놓은 스마트폰 시장의 룰을 샤오미가 단박에 깨뜨렸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판매대수는 지난해 7,700만대로 설립 당시보다 25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샤오미도 대륙의 착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중국 경제의 둔화에다 내수시장 포화를 극복하려 글로벌 시장으로 뛰어들었지만 특허 괴물들의 먹잇감이 됐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는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의 비전은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기술개발보다 마케팅을 우선한 전략으로 롱런하겠다는 그의 자신감도 대륙의 착각 사례로 남을까 우려된다. ]
/김현수 베이징 특파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