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금·고수익 보장 '전세금 풀' 가능한 이야기인가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7개 부처가 1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수·수출 균형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합동 업무보고를 했다. 이날 보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세보증금 투자풀이다. 집주인으로부터 반환 받은 전세금을 모아 공신력 있는 기관이 투자풀로 운용한 뒤 운용수익을 돌려주겠다는 것으로 기대수익률은 4%대이며 원금은 사실상 보장된다. 남의 집에 사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 월세나 보증부월세로 바뀌다 보니 많은 사람이 주인에게서 반환 받은 전세보증금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이 돈을 받아 4%대의 수익을 내주겠다는 것만도 고마운데 원금까지 보장해주겠다니 눈이 번쩍 뜨일 일이다. 요즘 은행 예금에 돈을 넣어두면 평균 1.5% 정도의 이자를 받는다. 예금처럼 원금을 보장하면서 예금의 세 배에 가까운 수익을 내주겠다니 사실상 횡재에 가깝다.

전세금 투자풀이 솔깃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인지는 의문이다. 4%대의 수익을 내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 단 원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투자라는 게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 높은 수익을 얻는 것 아닌가. 투자와 원금 보장은 같이 갈 수 없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전세금 투자풀은 이 원칙을 어기고 있다. 정부는 투자풀 운용사가 종잣돈을 넣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금을 보장하고 세제 혜택도 줄 방침이다. 나중에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돼야 알겠지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원금을 보장하려면 누군가는 그만큼 손실을 봐야 한다. 고수익을 내는 원금보장 상품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세금이 300조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반환되는 금액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민간기업은 이 시장에 상품을 내놓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한다. 정부가 내놓은 전세금 투자풀은 자칫 민간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다. 정부는 시장의 관리자로 필요할 경우 적절한 규제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된다. 정부가 국민의 재테크를 담당하는 시장 참여자로 나설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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