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이슈] 총수 공백에도 '2020 그레이트 CJ' 수정 없다

CJ, 공격적 M&A 원년으로
"투자 없이 내실경영만으론 글로벌기업 도약 기회 놓쳐"
손경식 회장, 정면돌파 의지
M&A 절차도 대대적 손질… 계열사 각개전투 체제로


이재현(사진)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로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CJ그룹이 '2020 그레이트 CJ' 전략을 수정 없이 이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투자 없이 내실경영만으로는 글로벌 기업 도약의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공격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위기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최근 손경식 회장 주재로 신년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그룹의 비전인 '그레이트 CJ'를 축소하거나 수정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내외적인 변수와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유로 현실적인 수준에서 목표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대다수 사장단은 CJ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위기일수록 그룹의 비전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CJ그룹이 지난 2010년 발표한 '그레이트 CJ'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해외 비중 70%를 달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2013년 7월 이 회장의 구속으로 재계에서는 사실상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컸다. 2년 6개월 이상 총수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나 M&A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건 2020년까지 5년이 남았지만 CJ그룹은 지난해 매출 2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25조6,000억원)과 2014년(26조8,000억원)에 비해 늘었지만 이번에도 30조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CJ그룹은 올해를 공격적인 M&A의 원년으로 내걸었다.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적극 인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해외 기업 인수에 주력해온 CJ그룹이었지만 국내 기업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빅딜을 통해 인수를 검토하겠다는 심산이다.

M&A 절차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기존 각 계열사가 유력 후보군을 취합하면 그룹에서 최종 결재하는 방식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계열사의 판단을 적극 반영하고 권한도 대폭 위임하기로 했다. 계열사별로 인수합병팀을 강화해 의사결정 지연으로 M&A전에서 탈락하는 사례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룹이 주요 사항을 총괄하는 '온리 원' 전략에서 각 계열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온리 원&투게더'인 셈이다.

실제 이날 CJ제일제당이 중국 2위 바이오기업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한 것처럼 계열사별 M&A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그간 총수 부재로 M&A를 초기 단계에서만 검토해왔지만 이제는 CJ E&M(문화·콘텐츠), CJ오쇼핑(쇼핑·유통), CJ대한통운(물류), CJ제일제당(식품·바이오), CJ푸드빌(외식), CJ CGV(극장) 등 전 계열사가 각개전투 형식으로 M&A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공백으로 올해도 위기상황이 예상되지만 핵심역량 강화와 수익성 향상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할 방침"이라며 "적극적인 M&A를 통해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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